황새의 도시, 도요오카 (1) 도요오카에 입성하다

2025년 제6회 도요오카연극제 방문기, 그 첫째 날

by 시나브로

내가 나고 자란 남쪽 도시는 서울에서 가는 직행 기차가 없다. 남들은 명절이면 시골로 내려간다는데, 우리 가족은 위로 올라가야 할 만큼 수도권에서 동 떨어진 도시에 살았다. 간척지를 만들어 올린 제철소가 있고 경상도 전라도의 경계에 있던 내 고향. 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고향에 대한 기억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터널과 산의 연속이었다. 도요오카를 향하는 길은 고향을 찾아가던 길과 닮아 있었다.




3월 이후 오랜만에 발을 들인 오사카에서 며칠을 보내고 도요오카를 방문했다. 숙소 체크인은 15시부터였고, 마침 오사카에서 도요오카로 향하는 특급은 12시부터 있었다. 오전은 오사카에 올 때마다 머무를 곳을 제공해 주는 J언니와 시간을 보냈다. 마침 언니도 영화 볼 겸 같이 오사카로 나와서 JR오사카 역 앞에서 헤어졌다.


표 뽑는 녹색창구와 내가 뽑은 표


티켓을 뽑는 녹색 창구에서 출발 일자를 지정하고 시간을 검색해서 지정석을 발급받았다.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는 19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해서 열심히 이용중이었는데, 지정석은 내가 원하는 날짜/시간에 맞춰서 별도로 뽑을 수 있었다. 발급받은 지정석 표는 보관해 두었지만, 기차 탑승 후 역무원이 표를 가져가거나 확인하거나 하진 않았다.



나는 하마카제를 탔다. 도쿄를 갈 때 신칸센을 타본 경험은 있지만 JR노선을 타고 멀리 가는 건 약 10여 년 전에 히메지를 방문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일본 살 때도 멀리 여행 갈 때는 버스나 비행기를 주로 탔었다. 그래서 괜히, 기차를 타고 일본 시골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설레는 한편, 혹시나 차를 못 타거나 잘못 타면 어떡하나 우려도 됐다(*). 다행히, 내가 타야하는 편이 도착하는 플랫폼에 잘 도착해서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12시 30분쯤 탔던 차는 15시가 넘어서 도요오카에 도착했다. 아침에는 내리지 않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도심에서 멀어져 있는 만큼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 시골동네였다. 게다가 개찰구에는 표를 꽂고 내릴 수 있는 기계도 없다. 역무원이 직접 표를 확인함으로써 탑승하거나 내리는 방식이었다.


히메지 역에 정차하는 사이 좌석 위치가 반대 방향으로 변경됐다. 방향이 바뀌면서 비어 있던 내 옆자리에 한 일본 분이 앉았다. 오사카에서 출발하면서부터도 졸고 있던 나는, 히메지에서 도요오카를 가는 길에도 꾸벅꾸벅거리고 있었다. 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다가 퍼뜩 눈을 뜬 순간, 차창 너머로 굉장한 녹음이 펼쳐지고 있었다.



고향 가는 길에나 보던 풍경이었던지라 반가운 마음이었달까. 이때 창 너머를 빤히 보고 있는 내게 옆자리 일본분이 '(반대편을 보면) 성곽 흔적이 남은 곳을 지나간다'며 수줍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히메지에서 도요오카에 도착하기까지 그 분과 짧은 담소를 나누었다. 도요오카가 고향인데 지금은 결혼해서 히메지에 산다고, 오늘은 가족을 보러 도요오카에 가는 길이라고. 히메지와 도요오카는 같은 효고현에 위치하고 있지만 남쪽 끝과 북쪽 끝이라, 기차를 타더라도 최소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새삼 일본이 얼마나 큰 섬나라인지 실감하게 된다.


이 날 기차에서 내린 이후로 그 분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연휴동안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셨기를.



연극제가 진행 중이어서 연극제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여기 앞에 앉아 있는 분이 계셨는데 양해를 구하고 빈 벤치로 찍었다 ㅎㅎ


광장에 황새 모양 기둥을 가진 시계가 설치된 도요오카역.




도요오카 파크 호텔


내가 묵었던 숙소는 도요오카 파크 호텔 (豊岡パークホテル)이었다. 도요오카 역에 내려서 동쪽 출구로 나온 다음 대략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자세한 건 모르고 흡연실이 하나 남아 있어서 예약한 곳인데, 총 3층으로 구성된 작은 비즈니스호텔이었다.



작은 호텔이지만 카드키를 사용했다. 나중에 근처 다른 호텔도 잠시 방문하게 됐는데, 거긴 아직 열쇠를 사용하고 있었다.




방 내부


내가 사용한 곳은 싱글 흡연실이었다. 열심히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 공간이라 흡연실이 싫은 사람은 무조건 금연실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화장실에는 어메니티와 샴푸, 린스, 바디솝, 핸드솝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욕조가 설치되어 있었고, 공간이 생각보다 넓었다. 일본에서는 화장실과 욕조가 붙어 있는 건 청결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한국인이라 그런지 아무 문제 없었다 ㅎㅅㅎ


소형 냉장고, 헤어드라이기, 포트
탈취제, 구두용 브러쉬, 옷걸이 등


이외 준비되어 있던 것들. 비즈니스호텔인 만큼 출장 온 사람들을 위한 물품들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TV 채널 개수


TV 시청도 가능하고 OTT도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언제든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호텔 치고는 전반적으로 내부가 깨끗하고 함께 구비된 것들이 최신이라 맘에 들었다. 이 날 저녁에는 공연을 봐야했기 때문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선물로 사온 과자를 담을 봉투를 사러 외출했다.



* 어려서 일본 여행을 혼자 갔다가 마지막 날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귀국을 못할까봐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 기차를 잘못 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