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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24. 2021

마음의 밀도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배가 많이 고플 땐 맛집보다는 주로 백반집을 찾게 된다. 내가 주로 갔던 곳들은 가마솥 바탕골 강릉집 한어울처럼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투박한 이름의 식당들이었다. 숙소근처에 있는 '강릉집'은 커다란 양은 쟁반에 여러가지수의 반찬을 2층으로 포개어 내어줄만큼 양이 푸짐하여 메인음식 없이 그것만으로 밥 한공기 뚝딱이다. 허영만이 다녀가서 유명해진건지 원래 유명했던건지 코로나가 무안할만큼 아침부터 문전성시다. 춘천에선 7, 8천원짜리 백만만 시켜도 반찬 가지수만 10개 이상이 되는 곳은 비단 이집만은 아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하는 일도 없이 배만 더 고프다. 어떤 날은 일부러 낡고 허름해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왠지 오래된 간판에서 맛집 포스를 느끼는 것은 나만은 아니겠지.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80대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구부정한 허리로 커다란 쟁반에 푸짐히 담아온 반찬을 내어주셨다. 곧이어 한가득 눌러담은 흰 쌀밥과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가 나왔다. 허겁지겁 먹고 있는 나를 본 할머니는 직접 재워 방금 구운 김이라며 가져다 주시고는 비워진 그릇들을 가져다 채워주셨다. 이미 배는 불렀지만 추가된 반찬들까지 모조리 비워냈다.


서울이나 인천의 밥집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 내 고향 인천이 짜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다. 바다를 곁에 끼고 살아가는 도시이기도 하고 외지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보니 이곳에 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낳은 말 일 수도 있다. 인구 300만의 대도시이지만 여전히 그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높은 인구밀도일수도 있겠다. 반면 인천과 비슷한 면적인 춘천의 인구는 고작 30만이다. 그러다 보니 도로도 넓고 차 막히는 일도 없다. 신호가 타 지역에 비해 긴 편인데도 클락션을 울리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가 없다. 길도 차도 사람도 여유가 있다. 사람 간의 적당한 간격이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아닐까. 


춘천은 인구 밀도 대신 마음의 밀도가 높은 곳이었다.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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