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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23. 2021

너 외롭구나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너 외롭구나


끼이익! 찰나의 고민을 마치고 내달리던 자전거를 세웠다. 내 눈길을 잡은 것은 천을 향해 던져진 주인 없는 낚시대였다. 삼각대에 가로형 긴 막대를 달아 6개의 구멍을 뚫고 릴을 끼워 만든 처음 보는 형태의 낚시대였다. 형광색의 6개 눈이 달린 외계생명체 같기도 했다. 삼각대 다리에 생수 두 통과 벽돌을 매달아 하중을 견디게 한 걸 보니 나름 설계적으로 만든 것 같았다. 


사진 몇 컷을 찍고 돌아서려 하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변 산책로 옆 둑방에 의자를 펴고 앉아 계신 할아버지였다. 아무래도 낚시대 주인인 것 같다. 곁으로 오라는 손짓에 낚시대 주변을 서성였던 게 불편하셨던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며 경사진 길을 따라 둑방길에 올랐다.


“낚시 좋아해?”


우려와 달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밝았다. 

“여기서 6월부터 엄청 큰 향어 45마리나 잡았어. 사진 보여줄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핸드폰을 열어 붉은 고무대야에 담긴 물고기 사진을 보여주셨다. 

“나 월남전 갔다 왔어. 퇴직하고 나서 이렇게 낚시하러 다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심심하잖아” 

올해 81세가 되셨다는 할아버지의 일상은 집 앞 개천에서 하는 낚시로 시작해 낚시로 끝이 났고, 친구라고는 물고기뿐이었다. 그후로도 할아버지는 군에서 맡았던 보직과 업무 그리고 미군에게 영어를 배웠던 이야기까지 쉬지 않고 말씀을 이어가셨다. 

이십 분쯤 지났을까.

“할아버지, 저  계속 자전거 타러 나올 거니까 다음에 뵐 때 못다하신 이야기 들려주세요”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을 무릅쓰고 자리를 나섰다. 


할아버지는 쿨하게 가라며 손짓으로 인사했다. 찰나였지만 올라갔던 어깨춤 살짝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 쓸쓸한 눈빛으로 전해졌다. 

‘너도 외롭구나’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너 외롭구나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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