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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23. 2021

춘천의 명동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춘천의 명동


이곳에 머물며 새삼스러웠던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춘천에도 명동이 있다’는 것이다. 약사명동, 교동, 소양동 일대를 아우른다. ‘명동’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복잡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길이든 사람이든 여유 넘치는 춘천의 이미지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춘천의 번화가라니. 


춘천 대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이나 닭갈비골목,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육림고개란 곳도 이 명동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자주 가는 김밥집 사장님께 여쭤보니 1960년대 중앙시장은 서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주요한 곳이었다. 80년대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단층이었던 건물들을 증축하며 많은 상점들이 들어오게 되었고 명동길은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닭갈비전문점이 하나 둘 생겨나며 골목길이 조성되었고 최근에는 육림고개 청년몰이 들어서며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다. 

숙소가 있는 중앙로에는 도청, 시청, 신문사, 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으로 상권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왠만한 곳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명동길 역시 10분 이내 거리다. 이따금 마주치는 숙소 직원에게 혼자 갈 만한 밥집이나 카페를 묻곤 하는데, 추천해주는 대부분의 상점이 이곳에 밀집해 있었다. 


처음 찾은 춘천의 명동길은 쇼핑몰 음식점 카페 먹거리골목 등등 다양한 상점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서울 명동의 축소판 같기도 했다. 거리는 한산했다. 몇 몇 가게에는 ‘임대문의’가 붙어 있었다. 평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명동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닭갈비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길에 나서 호객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0대에는 무슨 이유인지 명동을 많이 찾았다. 쇼핑을 좋아해서 혹은 영화를 좋아해서 일수도 있겠다. 필름현상 하러 자주 가던 충무로와 인접해 있어서 일수도 있겠다. 어쩌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그곳의 생동감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린아이 우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연인의 웃음소리, 거리를 가득 메우던 그 빽빽한 소리들이 정겨웠다. 좁은 길목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어깨쯤 내어줘도 괜찮았다. 


‘명동’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明洞_밝을 명, 마을 동’이다. 불 꺼진 상점들이 하루 빨리 잃어버린 빛을 찾아 다시금 ‘明洞’이 되기를 바라본다.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춘천의 명동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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