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떠날 수 있었다.
결혼 6년차의 딩크족.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았던 신혼도 지났고 십년 이상 산 부부들처럼 단단한 세월의 정도 쌓이지 않은 적당히 배려하고 적당히 포기하며 지내는 애매한 시기. 아이도 없다. 서로 협의 하에 결정한 선택이었지만, 이따금 우리 관계가 보내온 시간만큼 여물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익어야 할 때 제대로 익지 않는 열매는 설익은 상태로 유지되면 곪아서 썩게 된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도 흥미도 조금씩 떨어져 가는 중, 춘천에 오게 되었다. 결혼 후 혼자만의 여행은 처음이다. 안전하다는 점, 혼자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 누군가에게 사진을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등 함께하는 여행도 여러 면에선 좋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모험이 줄어든다. 굳이 모험을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있겠냐 만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런 것들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이다.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이 변했다. 연애시절에도 잘 하지 않던 통화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한시간을 훌쩍 넘겨 한다. 그리고 평소 내가 깨우기 전까진 절대 일어나지 않던 사람이 토요일 새벽 6시면 스스로 일어나 짐을 챙겨 차에 오른다. 인천 집에서 춘천 숙소까지 거리는 약 160키로미터다. 차가 안 막힐 때는 3시간, 주말이나 연휴 같은 때는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휴게소 한 번 들르지 않고 달려온 남편이 도착하자마자 찾는 것은 내가 아니고 화장실이다. 하지만 서운하진 않다.
반복되는 일상에 고이게 되다 보면 고맙게 여겨야 할 것들을 당연시 하게 되고 대화에도 효율을따지게 되며 익숙하게 사용하던 표현에도 점점 인색해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몸은 가까이 있어도 각자의 섬에 고립된다. 그럴 땐 누구라도 먼저 할 것 없이 떠나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다 주말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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