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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22. 2021

Way home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춘천에 온지 2주가 지났다. 애초 계획처럼 책 읽고 글이나 끄적거리며 한량처럼 보내고 싶었지만, 이곳에서의 일상 역시 분주하고 바삐 흘러갔다. 아침마다 자전거도 타야 했고 매 끼니 해결할 밥집도 찾아야 했다. 커피 맛은 물론 글 쓰기 좋은 조용한 카페를 찾는 것도 일과 중 하나였다. 이따금 날씨가 좋을 때면 근처 명소들도 둘러봤다. 


생각해보니 가볍게 떠나오겠다는 마음은 이미 꽉 채운 배낭에서 실패했다. 태블릿 하나만 챙겼어도 되는 것이었는데 묵직한 노트북까지 챙기게 된 것은 줌수업 때문이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나 수업들은 가급적 9월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는데, 지난달 말 몇몇 곳에서 새로운 수업 요청이 들어왔다. 간만의 여행을 오롯이 나를 위해 채우고 싶었기에 거절하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으나, 어려운 시국에 찾아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 컸기에 고심 끝에 결정했다. 


수업 하나는 매주 화요일 줌으로, 다른 수업은 2주 간격을 두고 목요일에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평소 비대면수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되려 줌수업이 편했는데,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목요일 대면수업이다. 수업장소가 인천이어서 있는 동안 두 번은 인천에 다녀와야 했다. 


수업이 있는 날 아침, 간단한 짐을 챙겨 기차역으로 향했다. 2시간 30분 그리고 다시 30분이 걸려 강의실에 들어섰다. 두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ITX열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으로 향했다.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잠에서 깨어보니 다시 춘천이다. 출구를 나설 즈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춘천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도착했을 땐 택시를 탔다. 짐도 무거웠지만, 워낙 길치에 방향치이기에 스스로가 못미더웠다. 스마트폰 지도 어플도 미리 깔아뒀지만, 종이 지도 펼쳐보는 것이 익숙한 내겐 그마저도 무용지물이다. 이번엔 걷기로 했다. 아침에 한 번 걸어봤던 길이기도 하고, 무거운 배낭도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첫날 느꼈던 생경함도 없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이 마치 집에 돌아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마침 이어폰을 따라 Mondo Grosso의 ‘1974 Way home’란 노래가 흘렀다. 고작 보름, 세평 남짓의 그 작은 공간은 또다른 집이 되어 있었다.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way home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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