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프지만 말아라

[나도 그러고 보면 엄살대장]

by 한걸음씩

요관 수술 후 6년.

수술에 대해 까맣게 잊을만큼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 무렵 학교에서 건강검진이 있었다.

검진이라고 해봤자 키, 몸무게, 소변, 혈액검사가 전부인 간이검사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 간단한 검사에서 아들에게 이상소견이 있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단백뇨가 의심되니 병원에 가서 검사한 후 소견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였다.


가까운 동네 병원에 통지서를 보여주며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니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보세요."


괜찮은거면 괜찮은거지 혹시나 라는건 또 무슨 소리인거지?

이미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 자체가 '너무 걱정할 일'이 아닌가?

무거운 마음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한눈에 봐도 60은 훌쩍 넘어 보이는 얼굴에 거북목이 심한 의사는 책상에 바짝 당겨앉은채 나를 쳐다봤다.

10분정도의 진료시간 내내 의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알수 없는 초록색 그래프와 영문자, 숫자로 가득한 커다란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서 의사의 입만 뚫어져라 보며 말주변 없는 그의 처방을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절망적이게,,,라는 말을 아들 앞에서 반복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환자가 실망하지 않게 배려도 많이 하던데 그건 그냥 드라마일뿐인가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아들이 정확히 사실을 알게 한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아들도 자기 병을 제대로 알아야 관리를 할 테니까.


아들은 약을 먹기 시작했다.

의사는 처방을 하면서 약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약은 신장을 고치는 약은 아니예요.

투석과 이식의 시기를 미루는 역할만 할 뿐이죠.

그래서 아드님은 언젠가는 투석도 이식도 해야 할꺼예요."


'언젠가는'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애써 잊으려 했다.

굳이 염려를 앞당겨서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뿐이고 아들의 표정만 달라져도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어디가 아픈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물놀이를 하며 입술이 새파래 지기만 해도 걱정을 했다.

아들이 먹는 약은 고혈압 약이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방문하면 약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이렇게 어린애가 벌써 혈압약을 먹어요?"


대답도 귀찮았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되니 그냥 일상이 되었다.


"네. 신장이 안좋아서요."


자기들도 의료 전문가니까 이정도만 이야기하면 알겠지.

더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신장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체질인 건지 모르겠지만 아들의 체구는 왜소했다.

대학에 다닐때 유흥업소에서 항상 자기에게 두번 놀란다는 농담을 했다.

어려보이니 당연히 신분증을 요구하는데

주민등록증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나이가 많은것에 또한번 놀란다는 것이다.


웃으라고 아들은 그 말을 했지만 나는 마음이 아팠다.

집에서 밥 먹을때는 폭식을 하다시피 했는데 그게 다 어디로 가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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