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르는 동안 잠시 숨 고르기 중입니다
“올해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그리고 몸을 만들라고.”
둘 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원하는 대로 가기엔 몸이 아프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따라 주저앉는다.
마음이 주저앉으면, 검술은 잠시 숨을 고른다.
그래서, 감정검술 도장은
당분간 ‘개점 휴업’ 상태로 두기로 했다.
문은 닫지만, 훈련은 멈추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칼을 벼리고, 숨을 고르고, 심장을 매만지는 중이다.
나는 알고 있다.
장기적인 흐름은 분명하다.
검술을 익히고 나면
다시 살아난 나비들과 함께 '아니마의 계곡'으로 간다.
그곳에서 괴물을 만난다.
내 삶에서 마주칠 최종 보스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괴물 앞에서
나는 더 이상 눈을 피하지 않고
검을 쥔 채로 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세부 내용은 아직 모른다.
다만, 글을 쓰다 보면
그 장면들이 하나씩 드러날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일을
이번에는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
멈추고, 쉬고, 잠들고, 회복하는 것.
이제 나는
‘도장을 잠시 닫는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건 단지, 다음 챕터를 위한 숨 고르기일 뿐이니까.
내 안의 어둠이
선명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눈 한번 깜박이지 않은 채.
심연에서 올라온 그 시선은
다그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가 무너지는 순간과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조용히, 천천히 지켜볼 뿐이다.
한동안은 이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어야겠다.
그 시선에 등을 돌리지 않고
그 어둠이 내 일부임을 인정하면서.
언젠가,
그 어둠의 눈에서도
빛이 피어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