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하는 백문백답 11
- 의식·상징·쉼

요즘 이게 유행이라길래. 스레드 한정인 건가?

by stephanette

61. 나는 어떤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는가?

글쎄.. 그런 질문은 없는데. 솔직하게 대답하거나,

모르면 이렇게 말한다. "같이 한 번 찾아보자."


사적인 질문이라면, 솔직하게 대답하거나,

모르면 이렇게 말하겠지. "글쎄,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 그리고는,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대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머뭇거리는 질문 같은 건 거의 없다. 나의 대답이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하고 핵심을 찔러서 상대방이 너무 놀라지 않게 그에 맞춰서 대답을 적당하게 조절하느라 머뭇거리는 정도가 아닐까.



64. 나를 가장 에너지 넘치게 하는 활동은?

운동 - 운동하는 것은 도파민이 넘쳐흘러서 좋다.

너무 과하면 몸이 물먹은 솜처럼 되어서

병든 닭처럼 이불속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에너지가 넘쳐흘러 일상이 잘 굴러간다.


새벽산책 - 정신적 에너지를 넘치게 한다.

음악이나 강연을 들으며 약간 멍 때리는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걷는다.

이건 진짜 최고이다.

죽여준다.



75. 나의 이상향(유토피아)은 어떤 모습인가?

엔트로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집안

- '무질서도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계속 청소를 해야 한다.

'천국에는 먼지가 없다'라고 늘 엄마가 말했다.

그러니까, 엄마의 유토피아이다.

나도 동의한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청소 - 새벽에 거실 쓸기 그런 걸 명상으로 바꿀 방법은 없나?

질감 좋고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기다란 빗자루도 샀지만, 그다지 정이 안 간다.

쓰레받기는 왜 늘 사라지는가.



우리 집은 곳곳에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 있다.

그 너머의 특이점(singularity)에서는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이 무너져 버려서 물체의 정보가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미스터리이다.

가. 쓰레받기의 블랙홀

나. 양말 한쪽의 블랙홀 - 특이하게도 한쪽만 사라진다.

다. 손톱깎이의 블랙홀 - 나의 수많은 애정하는 손톱깎이는 죄다 사라진다. 손톱깎이 귀신이라도 사는 건가.



아, 화이트홀도 있다. 자꾸 물건들이 나타난다.

가. 화장솜 - 쓰다가 버린

나. 이쑤시개 - 쏘울 메이트가 버리고 간 건가

다. 티백 - 어디선가 말라있는 티백들이 출몰한다.

라. 컵라면 - 단 한 번도 산 적 없는데 자꾸 나타난다. 그것도 껍데기만.

마. 먼지 - 세상의 먼지를 없애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까? 아이들이 있으면, 엄청나게 많은 먼지가 생긴다. 자라는 것은 먼지를 생성해 내는 과정일까?

바. 물이 1/6쯤 남은 유리잔 - 수많은 유리잔들이 생성된다. 유리잔 만드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보는 기분이다.

사. 수건 - 아마도 나는 집이 아니라 찜질방이나 수영장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수많은 수건들은 도무지 어디서 자꾸 나타나는 건지. 채워 넣는 속도보다 화이트홀에서 나타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수건은 달리기를 잘하는 건가. 100미터 8초인 것 같다.



81. 나의 ‘삶의 동반자’는 어떤 사람인가?

정말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나.

500년을 살아도 알 수 없다.



82. 나만의 상징(심벌)은 무엇인가?

릴리시카 휘장 - 계속 업데이트된다. 그게 매우 좋다.



84. 나에게 ‘완벽한 하루’란 어떤 날인가?

이건 전에 말했는데,

새벽의 루틴을 모두 다 잘하고,

퇴근길의 드라이브를 졸지 않고 하는 하루

새벽 루틴 - 커피 내리기와 마시기, 진저레몬샷 만들고 원샷, 새벽 산책, 거실 쓸기, 설거지나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요리하기, 아침 만들기와 먹기 중 랜덤으로 맘 내키는 걸 한다.




85. 나는 어떤 표정을 가장 자주 짓는가?

스마일




93. 내 마음을 울리는 풍경 사진 하나를 상상해 보라면?

하나만 상상하라니 고통스럽군.

여러 개 상상하면 안 돼? 너무 많은데.



97. 나의 인생에 보내고 싶은 편지가 있다면?

Hallmark사의 찐한 붉은색의 하트들이 입체로 튀어나오는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비칠 듯이 얇은 속지가 하늘하늘한,

카드에

귀엽고 동글동글한 손글씨로 적은

칭찬과 감사의 편지




백문백답이 이렇게 재미난 일일 줄이야.

심심할 때 하기에 딱인 듯.

그런데 어쩌나,

나중에 다시하면 완전히 다른 대답을 하게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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