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모든 이야기를 깨웠다
잔인할 만큼 냉정하고
솔직하게
떠오르는 특정 시점에 대해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 써왔어.
같은 시점에 대해
쓰고 싶을 만큼
계속해서
글을 썼는데도
쓸 때마다 생각들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손보다 빠르더라.
그렇게 할 말이 많았던 걸까.
지나고 나서 나의 글들이 수천 개를 넘어가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했어.
어째서 그런 것들을 마음속에 쌓아두고 살았던 걸까 싶어서.
그런데 신기하게
생각으로 무한 반복할 때에는 해결되지 않던 것들이
글로 쓰다 보니까
더 이상 글로 쓸 수 없을 때까지 쓰다 보니까
모든 것이 선명해졌어.
일종의 명상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그 많은 글들을
다시 읽고
쓰고
다시 읽고
쓰기를
반복하고 나서
더 이상
그 상황에 대한 글을 쓸 수 없게 되니까
그 과거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게 내가 나의 그림자를 대면하고 화해한 방법이야.
요즘은 밝은 파스텔톤의 옷을 즐겨 입어.
자연스럽고 평안하고 나 자신이 조금 더 사랑스러워졌어.
그리고 세상이 나에게 친절해졌어.
그래서 고마워.
여기까지
버티고 와 준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