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기억의 궁방' 일부는 온라인에 있다.

내면의 작업실을 온라인과 연결해서 활용하는 방법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모두가 그렇겠지만, 책을 읽으면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책은 거의 질문 메모장의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다니는 질문들이 있다. 그러니까,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도 해당 질문과 연결이 된다.


주변에서 보아온 천재들은 머릿 속에 궁전이 있다. 99개의 궁방이 있는 성. 읽는 책들도 이론도, 그에 따른 여러가지 질문들도 다 그 성 안의 각 방들에 그 책장이나 파일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부러운 것은, 그 성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작업실이 있다. 작업실은 마치 프랑스의 베르샤유 궁전처럼 모든 이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작업실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들어온다.

루이 14세는 프롱드당의 반란이라는 참혹한 내전 끝에 권좌에 올랐다. 내전의 주동자는 귀족이었다. 귀족은 내전에서 졌지만, 여전히 왕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사치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 중요한 기능이 있었다. 귀족들은 왕의 가운을 입혀주기 위해 서로 싸울 지경이었고, 왕은 주위 모든 사람과 모든 일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궁전 내에는 왕의 사생활이 없었고, 따라서 고립의 가능성도 없었다. 그 덕분에 50년이 넘는 동안 평화롭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러니, 육중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작업용 책상 위에 그 수많은 것들을 늘어놓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출처: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로버트 그린 외, 정영목 역, 까치, 2005. 내용 중 발췌 편집


그러나, 나는 천재 쪽은 아니라서, 종이에 인쇄된 책들을 책장에 꽂아둔다. 책의 배치는 나의 뇌의 흐름이다. 그리고 각각의 책은 질문들의 메모장이다. 물론, 찾기 어려우니 늘 한쪽 모서리를 접어둔다. 별표를 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책들은 간혹 전체 다 처분하거나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고 싶진 않으나 넘쳐나는 책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을 갖고 싶기도 하다. 여러층의 빌딩 안에 관심있는 책들을 쌓아두고 그 책들을 정리하고 관리해줄 사서를 고용한다. 진짜 꿈 속의 이야기이다. 아마 로또라도 된다면, 나는 꼭 고양이 빌딩을 만들 것이다. 그래, 나의 꿈은 '고양이'를 갖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메모들을 적어놓은 책들로 가득찬 고양이! 그러나 현실은 '고양이'와는 영영 멀리있다. 그러니, 책을 처분하는 것은 기억의 드라이브를 삭제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질문을 잡고 오랜 시간 여러가지로 융합해서 궁리하다보면 그 답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시간의 밀도에 따라 그 깨달음은 나의 몸에 체화된다.


종종 책이나 이론보다는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서 해답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런 말이 잘 통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에게서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외성과 삶을 통한 지혜에 대한 존경 그런 것들도 소소한 행복 중 하나이다.


나에게 맞는 글귀와 책들은 적재적소에 나를 찾아온다. 요즘 같은 시절에는 보다 더 자주 찾아온다.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마치 도청장치라도 있는 듯이, 내가 했던 대화들의 키워드가 알고리즘에 반영된다. 친한 친구의 말로는, 스마트 폰 사용자들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녹음'에 동의를 체크했다던데 그 말이 사실일 것도 같다. 그러니, 요즘은 책이 아니라 온라인에 내 기억의 궁방 일부가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온라인에서 접하는 한 곡의 노래, 짧은 글귀, 강연, 책 그런 것들이 내 안의 작업실 책상 위로 배송된다.


당신의 작업실로 배송된 택배에는 무엇이 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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