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장가갈 땐, 대도식당 된장죽-해운대 베이 101

여우 시집가는 날인데, 둘이 결혼하는 거였어?

by stephanette

가는 비가 오다 말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다.

우산을 가지고 나왔는데 비가 그쳤다.


해운대 장어덮밥집 해목을 갔다.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없다.

입구에서 대기 순서를 찍으니 93번째이다.

엊그제 저녁보다 양호하다. 153번째 대기순서였다.

맛집이긴 하나 그렇게까지 먹을 건 아니다.

일말의 여지도 없이 돌아선다.


택시를 탔다.

베이 101을 가자고 한다. 동백섬 앞이니, 바로 코앞이다.

상태 봐서 여차하면 송정이나 태종대로 갈까 해서 일부러 택시를 탔다. 역시 내가 뭔가 질문을 하진 않는다.

해목 대기순서 이야길 하면서

비가 와서 야외 관광지는 인기가 없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웬걸 어제는 해동 용궁사 들어가는 길이 막혀서 중간에 돌려 나왔다고 한다. 송정도 예전의 한적한 그 바다가 아니다. 미포애는 중국 관광객이 몰려서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래서 송정도 미포도 오늘의 일정에서 다 아웃이다.

어째서인지 요즘은 서울 찍고 해운대, 제주를 가는 것이 외국인들 코스로 인기다.

추석 연휴의 부산 관광지 상황 중계를 택시기사에게서 들었다. 지역 이야길 하면 만담 하듯 재미지다.

어쨌든 어딜 갈 분위기는 아니다.


할 수 없이 얌전히 베이 101에 내린다.

10박 11일을 여기서만 놀아도 좋을 만큼 베이 101을 애정한다.


거기다가 바닥은 아직 젖어있다.

호랑이 장가는 참 요란하게 한다.

비가 왔다가 말았다 변덕이 심하다.

여우는 왜 그런 호랑이를 좋아하는 걸까?

하긴 둘이 결혼하는 거 아니었나?

둘 다 각각 변덕 심한 신랑 신부인 건가?!!

이런 날엔 된장죽이 제격이다.

느끼한 파무침으로 철판에 파기름을 내고

묽은 된장국에 밥을 넣고 끓인 죽이다.

쇠고기와 양배추도 몇 조각 들어간다.

경상도 특유의 찐한 맛의 된장찌개와는 달리

슴슴하고도 풍부한 맛이다.

사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을 천국으로 데려갈 맛이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등심을 먹어야 나온다.


대도식당 주문법

등심을 사람수대로 시키고 먼저 육회비빔밥을 달라고 한다.

다른 특수 부위를 시켜도 되지만 이미 등심만으로도 예산초과이다.


1. 육회비빔밥 1인분

철판이 달궈지고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강렬한 양념의 육회와 쌉싸름한 야채들이 들어간 비빔밥 하나를 일행과 나눠먹으면 시간도 전채 요리로도 딱이다.


2. 등심 구이

고기는 끊기면 안 된다. 그러니 많이 먹을 거라면 미리 주문을 하자. 고기를 거의 다 먹어가면 식사를 주문한다. 된장찌개와 된장죽 그 둘을 동시에 주문해도 시간차 공격이 가능하다.


3. 매운 된장찌개+공깃밥 1인분

된장 죽은 끓이는데 매우 오래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 매운 된장찌개와 공깃밥을 일행과 나눠먹는다. 된장찌개도 예술이지만, 특히나 바닥에 있는 거대하고 거의 뭉그러지는 무는 압권이다. 찌개를 조금 남겨두고 앞접시에 잘 나눠먹는다.


4. 된장 죽 1인분 ; 2 공기 분량이 된다.

대도식당은 4명 이상이 가야 이 모든 것들을 다 적절히 먹을 수 있다. 남겨둔 매운 된장찌개와 된장죽을 먹는다. 입안에서 은근슬쩍 사라질 듯 부드러움을 남기는 쇠고기 덩어리와 따끈하고 부들부들해진 밥알들이 된장에 풀려서 녹진녹진하다. 꾸벅꾸벅 졸음 쏟아지는 봄에 엄마가 갖다 주던 달달하고 끈적한 꿀카스텔라의 그런 따뜻한 맛이다.

된장 죽을 먹고 나면 외가댁 아랫목에 담요를 덮고 등짝을 지져가며 이모들과 수다삼매경에 들어야 제격이다.


서울에도 대도식당 지점이 있다. 그러나 갈 생각은 없다.

베이 101의 대도식당에만 있는 것이 세 가지 있다.


건물의 1층 야외 벤치에 앉아 음료나 빵 같은 걸 늘어놓고 요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순도 100%의 휴가지에서 빈둥대는 여행객의 마음이 된다.

뭐든지 다 용서가 될 것만 같은 마음이라고 하자.


2층의 거대한 나무 벤치도 마음에 쏙 든다.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는 별로 본 적 없다.

2층 복도 전체를 무용한 것을 위한 무용한 공간으로 두다니 멋지지 않은가.


대도식당과 동백잡화점 뒤편에 숨겨진 화장실도 예술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화장실이라니.

순전히 개인 취향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숨어 있어서 늘 한적한 것도 무엇보다 좋다. 고기 연기가 가득한 음식점 뒤편의 가글이 준비된 1인용 화장실,

아 화장실은 다 1인용이다. 개인 공간에 세면대까지 있으니 1인용이라고 하기엔 황공하기 그지없다.


대도식당 맞은편 베이커리 카페도 좋다.

아무리 와도 여기 이름은 모르겠다.

바다를 보면서 노닥거리기 좋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 버전으로 어슬렁거리기 좋은 곳이다.

오늘은 화요일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줄을 안 선 게 어딘가 싶긴 하다.

하마터면 밥도 못 먹을 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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