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을에는 음습한 독기운이 농축된다.
마고당 올라가는 길이다.
여름엔 냉풍욕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 의미는 음기가 강하고 어둡고 습하다.
장산 자체가 풍수지리로는 명당이라고는 하나
우리나라 제주도를 만들어낸 여신이 사는 만큼
음기가 강할 것은 예측 못할 바는 아니나 …
그래, 아무 생각 없었다.
마고당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도시의 산에 뭐 그리 대단할 위험이 있겠나.
있다면 모기나 벌레 정도.
웬걸, 마고당 직전의 오솔길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음습한 기운에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장산 계곡 물소리도 녹화를 했으나 공개는 못하겠다.
사건 사고가 많아 붉은색 주의 경고판이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일행은 더 못 가겠다고 성화라 중간 절에 있으라 하고 혼자 올라갔다. 일부러라도 끌고 올라갈 텐데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다. 지금도 소름이 좌르륵 돋는다.
마고할멈은 얼음 골에라도 사는 건지
찬기운이 무시무시했다.
마고당 입구에서 망설이다
그래, 잠깐인데 올라가 보자고
계단에 발을 디뎠다.
다리에서부터 소름이 촤르르르 돋는데
뭔지도 모르고 멈췄다.
돌멩이가 계단에서 움직인다.
아니, 돌멩이들이.
아니
“아——-ㄱ!!”
뒤에 큰 등산로에 산악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지나간다.
“왜 그래요?”
“아—-”
“뱀 나왔오?”
“….”
“건너 넘지 말고 기다려요. 사진이라도 찍으면서”
“(할 말은 입 밖으로 안 나왔다. 아하…ㅅ 아저씨..으흐흑 정도였지 싶다.)“
가을이다. 뱀은 독이 바짝 올라서 지나갈 생각이 없다.
젠장, 바로 코 앞이 마고당인데.
물리면 애들은 어쩌지?!
독이 있는 뱀은 도망도 안 간다.
올라가는 길엔 아무도 없다.
사람들 발소리가 많으면 근처에 있지도 않을 텐데
독사는 한 마리가 아닐 것이다.
시계를 보니 11:22
아이들이 올라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뱀을 마주치고 나서야 막대기라도 들고 올걸 후회했다.
사람 없는 산에 오를 땐
사람이 지나간다 막대기로 치면서 소리를 내주는 것이
주변 동물에 대한 에티켓이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자전거 탄 아저씨가 그리 말하는 걸 보면
뱀 나오는 건 일상 같다.
아드레날린이 폭주한다.
이럴 땐 뭔가 강력한 게 필요하다.
팥빙수를 먹었더니
여전히 소름이 좌르르 돋는다.
평생 할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기긴 했다만,
이런 마고당을 못 갔다.
거의 다 도착해 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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