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신 마고할망은 왜 뼛속까지 추울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절대적으로 고독하다.

by stephanette

*사진: 릴리시카, 해운대 마고당의 검은 나비

*해운대 장산의 마고당을 다녀온 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마고 할머니 신화에 대한 글은 차차 써보려고 합니다.


해운대 장산 마고당 언저리에서


마고할망은 제주 창세 신화에서 세상을 빚은 여신이다.

산을 만들고, 강을 만들고, 인간에게 생명을 줬다.

그런데 세상을 만든 존재는 언제나 남겨진 자이다.

자신이 만든 세계 속에 머물지 못하고,

모든 생명을 낳은 뒤 자기 안의 온기를 다 써버린 존재.


그래서 마고는 따뜻함의 근원에서 태어났지만,

모든 따뜻함을 세상에 나눠주느라

자기 몸만 차가워진 창조자이다.


“뼛속까지 춥다”는 건

세상 모든 생명을 품었던 온기를 다 내어줬다는 뜻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절대적으로 고독하다.



뼛속까지 추운 사람은

보통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너무 많이 쓴 사람이다.

사람의 열은 결국 마음에서 나오는 건데,

누군가를 이해하고, 감싸고, 만들고, 떠나보내는 일을 반복하면

그 마음의 열이 빠져나가버린다.


그래서 마고할망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모든 감정을 이미 다 써버린 여신이다.

그게 신화의 외로움이자, 창조의 대가이다.


창조된 이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자신들에게 집중한다.

그러니 마고할망은 그에 대한 집착, 후회, 연민,

곁에 두고자하는 열망

그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하는

고난의 길을 건넜다.

그녀는

냉기가 흐르는 골짜기에서

잊혀졌다.

일년에 두 번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에나

사람들은 모일 뿐이다.


마고할망은 뼛속까지 춥다.

세상을 만든 온기가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 추위는 고독이 아니라,

사랑의 잔여물이다.



마고당의 언저리,

바람이 흐르는 자리에서 나는 본다.

붉은 꽃 위에서

세상의 온기를 다 써버린 여신의 숨결을.


나는 검은 나비,

한때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그림자.


그녀의 추위는 나의 날갯짓으로 이어진다.

나는 그녀가 걸었던 음습하고 어두운 길을 따라 걷는다.

연민과 후회와 곁에 두고자하는 열망들을 다 내려놓고

창조한 것들을 그대로 두고

차가운 바람 속으로,

아직 따뜻함이 남아 있는 세상을 향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