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되지 않은 소설이자,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진: Unsplash
강의가 모두 종료되고도 휴강이 되었던 수업이 한 시간 남아있었다.
마침 쉬는 날인 토요일에 보강이 잡혀서 교통편이 애매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영 버스가 안오던 김에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 또한 집이 비슷한 방향이라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라고 내가 물어보았다.
그 전에 숙제 때문에 다 같이 간단한 인사를 한 적이 있어서 스스럼 없이 질문을 했다.
그는 따뜻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같이 가자고 했다.
아무도 없는 더운 거리는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혼자 걸었으면 끝나지 않는 길이 답답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초저녁은 짧았고
어느새 어스름이 길을 어둡게 만들고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다리가 긴 벌레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으나
그런 풍경도 다 아름다워 보였다.
한 시간이 넘는 길이 무척 짧게 끝나버렸다.
같이 걸으며 청량음료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헤어지기 전에 그는
"난 아무도 안 사귈꺼야. 작년에 여자친구가 있었어. 일을 하느라 연애를 할 시간은 없어."라고 했다.
"그래. 잘 들어가." 나는 대답 대신 인사를 했다.
그 이후로 행동은 애인의 것이었으나
그는 딱히 사귀자거나 어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그의 욕망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질 수 없다는 집착도 키워간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가 했던 미래에 대한 비현실적인 상상에 비해
나는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순간을 사는 것도 버거웠으니까.
아, 사귀자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억이 왜곡되어 있었나보다.
그렇게 사귀지도 않는 남자와
여름 한철 내내 자주 만나고
뜨거운 날씨에도 땀이 나는 손을 꼭 잡고 흥건해질 때까지 놓지않고 걸어다니거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마음대로 끌어안았다.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갖고 있었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할 때면 연약하고 섬세한 성격이 얼핏 보였었다.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야할 일들과 목적이 분명했었고 어떻게 보아도 연애는 후순위였었다.
다만 욕망이 피어오르면
제멋대로 연락을 하고
마음대로 끝도 없이 나를 가졌다.
언제라도 헤어지자 해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늘 마지막처럼 절박한 마음으로 그의 몸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