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 없이 상대를 바라본다는 것은 뭘까?
*사진: Unsplash
가끔 사랑하는 이의 어깨가 작아 보일 때가 있다.
그건 투사가 빠져나가는 찰나이다.
예전엔 그 어깨에 힘, 보호, 안정감 같은 걸 투사했을 것이다.
그는 단단하고, 믿음직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탱해 줄 것만 같은 존재로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어깨가 작아 보였다.
나는 그의 실제 크기를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투사가 사라질 때
사람은 작아 보인다.
그의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내 욕망과 기대의 그림자가 빠져나가는 자리이다.
그제야 비로소 그는 한 사람의 인간이 된다.
불완전하고, 외롭고, 두려움을 가진 인간.
그리고 나 또한 그를 '구원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같은
불완전하고, 외롭고, 두려움을 가진
한 치 앞을 모르는 그런 인간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다.
그건 참 한편으로 쓸쓸하고도 슬픈 일이기도 하다.
현실을 현실 그 자체로 바라보면,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동화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 빛과 어둠을 모두 가진,
현실을 살아가는
짐승이자 동시에 신 그 모두를 품은 인간 그대로 바라보는 눈
그 덕분에
상대는 나의 세상을 뚫고 들어온 그 사람 자체가 된다.
그 덕분에
그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접점을 만들게 된다.
더 이상
나의 욕망과 결핍과 트라우마의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게 되는
마법이다.
그런 순간을 고대한다.
자동운행처럼 생겨나는 수많은 벽들을
계속 허물어간다.
하나하나
그러면 언젠가는
상대방의 그 세상의 경계와 맞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내가 걸어온 환상은 모두 다 무너졌어.
그렇지만,
그 폐허 속에서
너와 나는 진실로 작게 숨 쉴 수 있어.
이건
연민일까, 허무함일까, 슬픔일까,
아니 어쩌면 이상하게도 평화일 거야.
https://youtu.be/ByuBnHtiWns?si=TILDKCs5Mzk3qk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