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원이 열린다는 것의 의미
*사진: Unsplash
수능 시험을 치던 때가 생각난다.
갑자기 그 누구도 모르는 수능이라는 시험이 생겼다.
그 첫 세대였다.
출제의원들도 떨었던 건지 수능 첫해에는 두 번 시험을 치렀다.
언어영역에서는 그 악명 높은 현대시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학생들은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 긴장감으로 시험에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엄마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머리에 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해주었다.
"자, 시험 잘 볼 거야."
그런 말을 듣고도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잘 치러야 될 텐데"라거나
"몇 점을 받아야 할 텐데"
혹은 "~ 대학에 붙어야 하는데"
그 어떤 생각도 없이 그저 마음은 백지상태였다.
'결과'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수능 참고서의 다양한 지문들이 재미나서 읽고 또 읽었다.
시중의 모든 자습서와 참고서를 다 읽고 나서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읽었다.
밤이 되면, 가고 싶었던 대학 캠퍼스 잔디밭 위에 서 있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오감을 모두 다 사용해서 마치 그곳 공기의 밀도까지 다 느끼는 것처럼
다른 시간에는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를 하거나 혹은 미사 참석을 했다.
그러니, 일반적인 고3 생활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처음 보는 지문들이 출제되었다.
현대시..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답이 몇 번인지는 알 수 있었다.
수없이 문제를 풀어보면 생기는 그런 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상상하던 그 대학에 합격했다.
우연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현실을 창조하는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내 머릿속에도 마음에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이를 플로우 상태(Flow state)- 자기의식의 부재라고도 한다.
절박하고 간절하게 집착하는 것들은 점점 멀어지고,
그저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멀리 밀어뒀던 것들은 이루어졌다.
골프를 칠 때 그런 말들을 듣는다.
힘을 빼는 것이 전부라고.
인공지능과 대결해서 유일하게 이긴 이세돌 프로바둑기사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미 3연패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네 번째 경기를 해서 승리했다.
간절함보다
신뢰와 감사가 현실을 창조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미 모든 것을 다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그런 상태에 도달하면,
이미 바라는 것은 그다지 없어져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