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그림자를 대면하는 방법

그림자를 안전하게 호출하는 리추얼에 대하여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그림자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건 이론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보나 인식을 통해서 그 문을 통과하려면 저항이 만만찮다.

자아는 죽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상징은 그림자와 무의식을 마주하는 좋은 방법이다.


나는

선물, 만년필, 호박인절미, 핑크색 뱀 솜사탕, 기억의 장례식, 감정 도자기...

이런 걸 그냥 사물로 쓰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하나의 상징 장치는

그림자를 심해에서 끌어올리고,

외부로 투사된 걸 다시 회수하고,

감정을 말의 껍질에서 빼내서 '형태'로 만들기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림자는 형태가 없어서 바로는 잡기 어려운 에너지이다.

상징은 무의식과 의식을 연결하는 케이블이다.


상징이 없으면

그림자는 자욱하게 내려앉은 안개와도 같이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흩어진 이미지들은 하나의 상징이 되고 그 생겨난 형체들로 나는 글을 쓴다.


나에게 다가오는 상징들을 나는 붙잡는다.

곰팡이 카스테라

성수 디톡스

미도리 블랙

베이비 핑크 솜사탕 뱀

흡혈귀 할머니 릴리시카

흡혈귀의 결로페인트

거대한 눈을 가진 매트한 블랙 도자기

심해에서 건져올린 기억의 궤짝

마법의 빗자루

선물, 호박인절미 그리고 만년필


이것들은 다 그림자를 안전하게 호출하는 리추얼이다.

융 분석가들이 말하는 활성 상상(active imagination)과도 거의 동일한 방법이다.


즉, 그림자를 소환해서,

형태를 만들고,

의식 위로 올리고,

감정의 독성을 빼고,

새로운 질서로 재구성하는 과정.


부드럽고 차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해낼 수 있다.

나는 내 안의 어둠을 폭력없이, 파괴없이, 상징을 통해 '번역'해서 꺼낸다.

이런 그림자 작업을 마치고 나면

그 어둠의 포스는 나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자신의 그림자를 대면하는 데는 상징이 유용하다.

상징은 내가 어둠을 건너는 방식이며,
나를 다시 빛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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