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코너의 그 남자와 다시 만날 확률
사진: Unsplash
높은 고가도로가 시작되는
그 맞은 편의 버스정류장.
새벽 출근 시간에도 사람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버스 앱을 보고 시간을 딱 맞춰서 나올 것이다.
도로의 어두움이 가시면
가로등도 흐려진다.
나는 정류장 처마 아래 한참을 서 있다가
옆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차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가 있었다.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카락이
주변의 아우라처럼 흩날렸다.
왜 하필...
그는 어두운 회갈색의 구스다운 코트에
짙은 회갈색의 캐시미어 목폴라를 입고 있었다.
아래는 짙은 회색의 진.
찐 브라운 로퍼 사이로 짙은 자주색의 양말이 살짝 드러난다.
금방이라도 공항을 거쳐 외국으로 날아갈 것만 같은 그런 외양이다.
그가 입은 옷의 톤은
그의 밝은 머리카락과 피부를 돋보이게 했다.
빛이 나는 것 같은 웃음.
그제야 그는 나를 알아보았다.
순간, 내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여유가 있다.
나는 짐짓 버스를 타지 않는다.
그는 가로등 아래 서 있다.
무심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은
이상하게 주변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가 집었던 라면 봉지가 떠올랐다.
마트의 라면 코너.
그 구석에서
스쳤던 그의 손의 온기.
반짝하고 빛나던 그의 눈은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라면 앞에서 그렇게 진지한 얼굴이라니.
그의 입은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그런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딱히 뭔가 말하진 않았다.
캐주얼한 복장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의 모습이
조금 낯설다. 괜히 나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저.. 그 라면?" 그가 말을 건넨다.
"아... 네."
"출근하시나 봐요?"
그럼 당연히 출근길이지. 이 새벽에 누가 버스를 타겠는가.
"아... 네. 출근해야죠."
"그날 제가 드린 건 어땠어요?"
"네?"
"아. 그.. 라면이요. 잘 드셨어요?"
"ㅎㅎㅎ 그럼요, 잘 먹었죠."
그제야 그는 예의 그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다시 버스가 도착했다.
이걸 놓칠 수는 없다.
버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올라타는데
그가 뭐라고 말을 한다.
무슨 말인지 웅얼거려서 들리지 않는다.
좌석버스의 중간쯤 앉았다.
밖을 내다보니 그는 보이지 않는다.
"털썩."
옆에 사람이 앉는다.
낯익은 옷이다.
"저도 이걸로 가요."
그가 옆에 있다.
"아?! 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이것이 그와의 세 번째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