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칼 G. 융의 저작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서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칼 융의 저작에서 사랑은 감정의 미화나 관계 기술이 아니라,

의식이 자기 자신을 넘어가도록 강제하는 심리적 사건으로 다뤄진다.

그는 사랑을 “행복의 원천”으로 설명하기보다, 개성화를 촉발하는 위험한 힘으로 본다.


1. 칼 융이 말하는 사랑은 ‘좋은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안정이나 조화보다 먼저 혼란과 균열을 일으키는 힘이다.


그가 반복해서 경고한 핵심은 이것이다.

사랑은 자아(Ego)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자아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도덕적 확신을 흔들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열어젖힌다.

융은 이런 사랑을

“운명처럼 찾아오는 심리적 사실(psychic fact)”로 다뤘다.


2. 투사로서의 사랑: 사랑의 시작은 거의 언제나 착각이다

융 심리학에서 사랑을 이해하는 첫 관문은 투사(projection)다.


사람은 사랑에 빠질 때

상대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무의식의 핵심 이미지—특히 아니마/아니무스—를

상대에게 덮어씌운다.


즉,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종종

“내 안에 있던 어떤 가능성이 너를 통해 깨어났다”는 뜻에 가깝다.


융은 이를 냉정하게 말한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는 대상은
대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다.

그래서 사랑은

깊고 진실할수록 동시에 위험하다.

자아가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3. 사랑은 개성화의 시험대다

융에게 사랑은

개성화 과정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시험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사랑이
나를 확장시키는가, 아니면
나를 잃게 만드는가?


융은

사랑을 통해 자아가 붕괴되는 것을 병리로 보지 않았다.

대신 그 붕괴 이후, 투사를 회수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투사를 회수하지 못하면

집착

중독

파괴적 관계

도덕적 붕괴

로 이어진다.


투사를 회수하면

사랑은 약해지지 않고

덜 환상적이지만 더 실제적인 관계로 변형된다.

이 지점에서 사랑은

“나를 완성해줄 사람”이 아니라

“나를 더 정확히 보게 만드는 사람”이 된다.


4. 성숙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다

융의 저작 전반에서

성숙한 사랑은 거의 감정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태도로 나타난다.

상대를 소유하지 않으려는 태도

상대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려는 태도

사랑 때문에 자기 윤리를 무너뜨리지 않는 태도

그래서 융에게 성숙한 사랑은

강렬함보다 윤리적 긴장을 동반한다.


진정한 사랑은
나의 욕망보다
나의 책임을 먼저 묻는다.

이 때문에

융의 사랑론은 낭만적이지 않고,

때로는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다.


5. 사랑과 고통의 불가분성

융은 한 번도

“사랑은 고통을 없앤다”고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이렇게 본다.

사랑이 깊을수록

고통은 피할 수 없으며

그 고통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 의미화의 대상이다.

사랑의 고통은

신경증이 아니라

의식 확장의 비용일 수 있다.


그래서 융은

고통 없는 사랑을

오히려 의심했다.


6. 융의 사랑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나 자신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함께 살지 않아도

관계로 실현되지 않아도

여전히 인생에서 결정적이다.


융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이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다음과 같다.

그 사랑 이후
내가 더 진실해졌는가
더 분열되었는가
아니면 더 통합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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