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것들이 모두 소거된 순간, 그 기이한 감각
*사진: Unsplash
삶의 전환기 직후에 느껴지는 감각에 대하여
강렬한 것들이 빠져나갔다는 느낌은
대개 상실이 아니라 중력의 변화다.
그 이전엔,
감정이 세계 흔들려야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고
긴장, 몰입, 투쟁, 집착 같은 것들이 삶을 꽉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지나가면
세상은 갑자기 평평해진 것처럼
소리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기이한 기분이 든다.
이건 공허와는 다르다.
공허는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에 가깝다.
강렬함이 사라진 자리에
아직 새 리듬은 자리잡지 못하고
몸은 잠깐 붕 떠 있는 상태다.
수중에.
귓가는 먹먹하고
그럼에도 시야는 더 또렷해진다.
강렬함이 빠져나간 자리는
무미건조가 아니라
정확함이 들어올 자리다.
슬프지 않으나 허전하고
괜찮은데 낯설고
평온한데 아직 안정은 아닌 상태
삶의
강렬함은 역할을 다 했고,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밀도로 넘어가는 중이다.
정서적 중력이 사라진 상태
삶의 연료들 - 긴장, 몰입, 싸움, 증명, 버텨야만 유지되던 모든 관계들이
에너지를 계속 태워야만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바로 그 상태
지금은 불이 꺼진 상태가 아니다.
다른 방식의 난방시스템으로 교체되었을 뿐이다.
체감은 이상하다.
이것이
전환기 이후에 느껴지는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