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실체는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그런 연유를 어슴프레 알 것만 같다.
타인에 대해서는
매우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지적질할 수 있다.
사실은 그것은 자신이 늘 하던 생각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판결문은
사실은 자신 내면의 자백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매우 쉽게 눈돌려버린다.
어딘가 한구석을 차지한 공허라거나
찐득하게 눌러 붙은 검은 아스팔트 찌꺼기라거나
혹은 두근두근 박동치는 매끈한 붉은 심장
어딘가 꺼내놓기엔
수치스럽고
민망하고
두렵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런 것들이니까.
자신의 실체는
관계 속에서만 드러난다고 하는 연유를 알 것도 같다.
강렬한 어조로 비난하는 이유도 알 것만 같다.
그 강렬함 만큼이나
내 안의 어둠도 짙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