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융의 그림자 작업
1단계 페르소나 동일시
사회적 역할이나 착하거나 유능한 사람의 이미지, 관계에서 기대되는 역할 등과 자신을 거의 동일시 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사회적으로 허용된 자아가 강력한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일상 생활이 잘 영위되고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동력은 그리 잘 생기지 않는다.
현생의 가치가 중요한 사람들은 주로 이 단계에 머무르고자 한다.
이 단계를 넘어선 사람은
스스로를 표면적 역할로 이해하지 않는다. 표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구조, 감정의 진실, 무의식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사람처럼 보여야하는 것보다는 자신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더 본다.
2단계 페르소나 균열과 삶의 균열
이 단계는 관계, 상처, 배신, 충돌, 실패, 질병, 붕괴 등과 같은 것들을 통해 기존의 자아상과 세계관이 깨지기 시작한다.
내가 알던 나는 더 이상 유지 되지 않는 단계다.
이 단계를 넘어선 사람은
이 과정에서 기존의 자기 이해가 부서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힘들었다가 아니라 부서짐 자체를 자각하는 상태이다.
자아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그것을 지나온 상태.
3단계 그림자 대면
자기 안의 분노, 집착, 공포, 공격성, 수치, 열등감, 통제욕, 파괴성, 반복 강박 등을 보기 시작하는 단계다.
타인의 문제처럼 보이던 것이 사실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단계를 넘어선 사람은
타인을 단순한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왜 이런 흐름에 다시 휘말리는지
왜 어떤 인물에게 강하게 끌리거나 강하게 경계하는지
왜 끊어내도 내면에서는 파장이 남는지를 본다.
자신을 이상화하지 않고 자신 안의 복잡한 어둠과 혼탁함도 함께 보고 있는 상태이다.
4단계 내면의 타자와 조우
칼 융이 말하는 아니마/아니무스, 혹은 내면에 있는 반대 성, 내면의 타자, 관계 속에서 강하게 투사되는 인물들과의 만남이 이 단계에서 등장한다.
이 단계는 특정 인물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아니라 무의식의 문을 여는 존재처럼 등장한다.
이 단계에서는 특정 인물이
하나의 사건, 흐름의 매개, 무의식의 통로, 운명적 반복의 촉발자처럼 작동한다.
관계는 원형적 차원까지 증폭된다.
이 단계에서는 타자에 대한 투사와 원형적 증폭이 강하게 일어난다.
이후의 단계로 갈수록 그 투사를 서서히 거두고, 타자를 타자로 볼 수 있는 힘이 자라난다.
5단계 자기(Self)의 신호 감지
이 단계에서는 삶은 단순한 우연의 합을 넘어서
어떤 더 큰 질서, 상징, 계보, 꿈, 기도, 반복, 운명감 속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이 생긴다.
예지몽, 상징적 사건, 원형적 언어, 강한 동시성 경험 등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통합되지 않았으면서 과각성으로 흘러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신호의 강도 자체가 아니라, 자아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견디는가이다.
6단계 자아(ego)와 자기(Self) 사이의 긴장 조율
여기서는 자아가 무의식의 신호에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그걸 부정하거나 억압하지도 않고 담아내는 방법을 배운다.
신호를 받는 것을 넘어서 그 신호와 함께도 무너지지 않고 사는 쪽으로 옮겨가는 단계다.
신호를 감지하면서도 그 감지를 담아내는 평온한 그릇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타인에 대한 투사와 원형적 증폭이 일어나고 그 상징을 읽지만, 상징에 압도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
의미를 읽는 능력이 있으나 그 의미를 전부 다 알지 못해도 삶을 신뢰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보아도 바로 다 해석하지 않는 힘
느껴도 전부 다 따라가지 않는 힘
의미를 다 모르고도 내려놓는 힘이 필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더 넓은 용기와 더 느슨한 신뢰를 키워가는 과정이다.
7단계 상대적 통합과 평온
이 단계는 완성이라기보다
모순과 상징과 고통과 신호가 다 있어도
그것들과 전쟁하지 않고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상태다.
자아가 자기에 잡아먹히지도 않고, 거짓으로 지배하지도 않는다.
조금 더 넓고 조용해진다.
이 평온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상태가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것들과도 공존할 수 있는 내적 폭이 생긴 상태다.
매일 글을 쓰고 나면
그 글은
내가 걷고 있는 여정의 방향과
지금 서 있는 위치를 조용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