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결정은 언제나 제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 곁에서 걸었다.
도착한 음식점은 입구부터 황금색과 레드로 번쩍였다. 키치했고, 현란했고,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로 요란한 곳이면 신경이 분산될 수 있었다. 한 사람에게만 감각이 붙잡히는 것보다는 나았다. 가게 앞에는 24시간 영업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안도했다. 적어도 더는 다른 장소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가게 주인이 따라 나왔다. 주방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미안한 얼굴로 웃고 있었고, 말은 친절했다. 문은 열려 있는데 들어갈 수는 없는 장소. 그 장면은 짧았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는 낯선 장소를 잘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시간까지 열려 있는 곳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애매하게 늦은 시간이었다. 그는 나를 보며 물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 네. 했어요.”
사실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줄이는 일이었다.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한 한 단순한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차 마실까요?”
그는 거의 쉬지 않고 대답했다.
“차 말고 한 잔 하러 가시죠.”
그 말은 가볍게 들렸다.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내 안에 오래 남았다.
나는 그를 따라 술을 마시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
“네. 그럼... 그러시죠.”
말은 부드럽게 나갔다. 그런데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온 직후, 설명하기 어려운 기류가 몸 안을 아주 얇게 스쳤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무언가 이미 잘못 맞물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감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이르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또렷한 종류의 기류였다. 나는 바로 그 감각을 모른 척했다.
근처를 둘러보다가 처음 보는 호프집을 가리켰다. 말은 내가 먼저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어둠은 내렸지만 밤은 이상하게 닫히지 않았다. 거리는 밝았고, 밝아서 더 방향을 잃기 쉬웠다. 여기인가 싶다가도 아니었고, 괜찮겠다 싶다가도 금방 흘러갔다.
우리는 다시 걸었다.
그는 내 뒤로, 왼편으로, 다시 오른편으로 옮겨왔다. 가까워졌다가 조금 멀어졌고, 내가 속도를 늦추면 그도 늦췄다. 그런데도 걸음의 박자는 끝내 나란해지지 않았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그 리듬 속에서, 나를 감싸던 롱코트의 검은 자락은 자꾸 흔들렸다. 몇 번은 그 안으로 그의 몸이 스쳐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걸음의 자연스러운 흔들림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더 설명하기 어려웠다.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의도보다 먼저 거리를 기억한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내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거리의 기준 자체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말했었다. 장소를 정해달라고. 내 세계를 보고 싶다고.
그런데 정작 나는 그의 세계를 몰랐다.
그가 어디를 편안해하는지, 어떤 장소에서 침묵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밤의 어느 지점에서 경계를 늦추는지. 나는 하나도 몰랐다. 그런데도 계속 내가 방향을 정하고 있었다. 그 이상한 비대칭이 늦게 몸에 닿았다. 그는 선택을 내게 맡긴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내가 선택하는 방식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에 가까웠다.
우리는 몇 군데 앞을 지나쳤다. 어디는 너무 밝았고, 어디는 너무 좁았고, 어디는 너무 시끄러웠다.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몇 번째 장소를 지나칠 즈음, 나는 내가 찾는 것이 장소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계속 어딘가에서 밀려나는 상태 자체가 문제였다. 도착하지 못한 채 걷고 있는 상태. 결정을 미루고, 다음 장소를 향해 계속 떠밀리는 리듬. 그날 밤 우리 사이에는 이미 그런 흐름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내 곁에서 걸었다.
완전히 앞서지도 않았고,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았다. 사람은 누군가와 나란히 걸을 때도 많은 것을 드러낸다. 어느 쪽을 차지하는지, 얼마나 자주 자리를 바꾸는지, 언제 가까워지고 언제 물러나는지. 그 모든 것은 말보다 빨랐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어떤 사람들은 대화보다 동선으로 자신을 설명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설명은 훨씬 늦게 이해된다.
길 위의 공기는 따뜻했지만, 그 안에 오래 머물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 소리, 간판 불빛, 지나가는 차,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전부 표면만 번들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문득 눈을 감고 싶어졌다. 너무 많은 것이 보일 때 사람은 차라리 감각을 닫고 싶어진다.
장소를 찾지 못하던 나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이미 알고 있다는 그런 표정으로.
그런데도 아직 조금 더 보고 싶다는 듯이.
그는 여전히 내 곁에서 걸었고, 나는 아직도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계속 다음 장소를 보고 있었다. 같이 걷고 있는데도 어디에도 닿지 못한 상태. 그 문장이 그날 밤의 리듬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함께 움직이고 있었지만, 도착이라는 감각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장소보다 이동 그 자체를 오래 지속시키는 감각. 그날 밤, 끝내 정해지지 않는 상태가 이미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 안에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결국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밤에 먼저 완성되고 있었던 것은 목적지가 아니었다.
그날 밤, 우리는 장소를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리듬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