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식 도서 대출

20대의 도서관을 떠올리며

by stephanette

20대 초반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빠져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이상하게도 그의 책들은 거의 대부분 읽었다.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하루키의 책을 검색하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려 읽었던 책.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책을 한참 읽던 중에 알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라 무라카미 류의 책이었다는 것을.

약간의 충격과 배신감이 들었었다.


그때는

도서관 입구에 커다란 '카탈로그 카드 목록 서가'가 있었다.

가슴까지 오는 서랍장은

마치 한약방의 약재함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작은 서랍들을 열면,

오래된 종이와 나무의 향이 섞여서

상당히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 안의 종이 카드엔 책의 제목, 저자, 청구번호 같은 정보들이

작고 단정한 활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걸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을 찾던 기억이 난다.


서가에서 책을 찾아 대출대에 갖다 주면,

수작업으로 대출을 해줬다.

책 뒷 표지 안쪽에는 작은 봉투가 붙어 있었다.

그 안에 꽂혀있는 대출 카드를 꺼내어

손으로 대여 날짜 따위의 대출 정보를 직접 펜으로 작성했었다.

사각사각 종이에 글씨 쓰는 것을 보는 건 참 매력적이었다.


가끔 집에 있는 책들을

도서관처럼 정리하면 어떨까 싶다.

책 뒷 표지의 안쪽에

대출 카드를 붙이고

손으로 직접 날짜들을 쓰면서.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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