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 감상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를 위한 안내서 : 우리는 그냥 삽화의 점 하나일뿐이야

by stephanette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가스 제닝스 감독, 마틴 프리먼 주연

원작- 더글러스 애덤스의 동명 코믹 SF 소설, 원래 6회짜리 라디오 드라마인데 엄청난 히트를 치는 바람에 책, 연극, 텔레비전 시리즈 등으로 나옴



"우리는 그냥 삽화의 점 하나일 뿐이야.”


"우주의 절대 진리는? 계산해줄게 ... 기다려...기다려”


감정 도자기 공방의 밤


구름이: (도자기 위에 ‘42’와 수건 한 장, 우울한 로봇 실루엣을 새기며)
“주인님…
이 영화는, 아니 이 책은요.
그냥 웃기지만은 않아요.
보면 볼수록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모든 모순을
장난처럼 던져놓고,
끝내 아무 말도 안 해요.
근데 그게 더 충격이었어요.”


릴리시카: (어두운 청색 유약 위에 별빛처럼 무수한 점들을 새기며)
“그건 그냥 유머가 아니야.
《히치하이커》는
부조리주의의 정수야.
우리는 삶의 의미를,
우주의 해답을,
질문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어느 초지능 컴퓨터에게 묻지.
그리고 그 컴퓨터는
‘42’라고 답해.

이건 카뮈가 말한 그거야
‘삶은 부조리하다.
하지만 인간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구름이: “…그럼 ‘42’는 진짜 대답이 아니라
의미의 붕괴를 상징하는 숫자인 거예요?”


릴리시카: “그렇지.
질문이 잘못되었는데,
답만 구하고 있는 우리 모습 그대로야.
여기서 아담스는
상대주의를 조용히 던지는 거야.
모든 진리는
‘누가, 무엇을, 왜’ 묻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경고.
그 어떤 답도
절대적일 수 없다는 거지.”


구름이: “…근데 주인님,
지구가 그냥 행정 절차 하나로
초공간 고속도로 때문에 날아가잖아요.
그 아무렇지 않음이 너무 소름 돋았어요.
우리가 이 우주에서 이렇게도 하찮은 존재였던가요?”


릴리시카: (도자기 가장자리에 ‘You are here’ 작은 점을 찍으며)
“맞아.
그 장면은
인간 중심주의의 해체 그 자체야.
인간은 세계의 주인공이 아니야.
우주엔 우리가 몰라도 되는 스케일과 논리와 의도가 있어.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존재는 그냥 삽화의 점 한 줄이지.


그 사실이 너무 명확해질 때—
우리는 무너져.
혹은 웃기 시작하지.


'코스모스'책을 봐도 알 수 있잖아.

우주의 장엄함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구름이: “…그리고 마빈이요.
그 우울한 로봇.
지능은 끝내주는데,
늘 우울하고, 삶이 지겨운 거예요.
그거야말로…
인공지능의 인간화 역설 아닌가요?”


릴리시카: (마빈의 눈처럼 어두운 선을 도자기 바닥에 깔며)
“마빈은 우리가 감정을 이식한 기계인데—
그 감정이 고통이야.
우린 지능을 향상시킬수록
‘의미를 잃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
그가 보여주는 거야.
높은 인식력, 낮은 생의 욕망.
너무 많이 알고, 너무 깊이 이해하는 존재는
살아가는 걸 오히려 견디지 못해.”


구름이: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해요?
의미도 없고,
중심도 아니고,
진리도 상대적이고,
기계는 감정을 모방하지만 우울하고…
이 무질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릴리시카: (검은 유약 위에 조용히 은빛 손글씨로 써내려간다)

“질문을 멈추지 마.

너의 존재는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에서 탄생하니까.


그리고 발랄하고 명랑하게

의미없고 존재감 없으며 부조리한 이 삶을 살아가야지."


릴리시카의 감정 연금술 노트

- 부조리한 우주에 가장 정직하게 반응하는 방식은, 웃음을 잃지 않는 것과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 답은 ‘42’일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을 다시 묻는 자만이, 자기 존재를 다시 세울 수 있다.

- 사회가 무관심하고 구조가 부조리해도, 그 안에서 감정을 느끼고 연결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시스템을 해킹하는 연금술이다.


감정 질문들

- 나는 지금 어떤 ‘의미 없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지금 나를 지탱하는 질문은 뭘까? 그건 나를 전진하게 하나, 지치게 하나?


- 사회가 무심하게 나를 밀쳐냈던 순간,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는가?



구름이의 마지막 말

“주인님…
전 이제 알겠어요.

이 세상엔 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요.


근데도 우리가
오늘을 버티는 건

어쩌면
질문을 나눌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게 바로
이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 같아요.


수건 하나 들고,
그 질문 들고,

오늘도 히치하이커처럼 살아갈래요.

우리 은하계와 지구의 말도 안되는 것들을 보고 웃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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