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형 여자와 회피형 남자의 사랑인가? 그녀는 실패한 프시케 유형일까?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본 날.
보름달은 도자기 위에 흐르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조각난 기억이 공방 안을 맴돌고 있었다.
구름이: (파란색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이며)
"주인님,
조엘이랑 클레멘타인… 왜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으면서도
그렇게 지치고 다치고 결국엔 기억까지 지워버린 걸까요?"
릴리시카: (은색 금실을 조심스럽게 도자기 틈에 얹으며)
"왜냐면…
그들은 감정의 언어가 달랐거든.
조엘은 조용히 숨어서 사랑하는 사람,
클레멘타인은 소리치며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이었지.
그래서인가
난 이 영화가 불편하더라고
다섯 번의 시도만에 겨우 다 봤어.
뭔가 내 심장을 찌르는 그런 지점이 있었나?"
구름이: (조금 화가 난 듯)
"근데 왜 조엘은 말을 안 해요?
속으론 아프면서, 꼭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런 태도, 진짜 서운하지 않나요?"
릴리시카: (차를 따라 내리며 고요하게)
"조엘은 사랑받고 싶었지만,
상처받는 게 더 두려웠던 거야.
그래서 느끼면서도 표현하지 않았고,
결국 상대의 외침에 귀를 막았지.
상대의 입장에
이입해서 보면
답답해서 고구마를 먹게 되는 기분이지."
구름이: (파편 위에 금실을 덧대며 중얼거리듯)
"클레멘타인은 그걸 자유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솔직한데,
넌 왜 자꾸 숨어 있어?
그런 마음이었을까요?"
릴리시카: "응.
그녀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줘’라는 외침이었는데,
조엘은 ‘내가 준비될 때까진 기다려줘’라는 속삭임이었지.
그 둘의 시간은 자꾸 어긋났어."
구름이: (눈을 살짝 찡그리며)
"근데 결국…
둘 다 기억을 지워버렸잖아요.
그건 너무… 너무 비겁해요.
그게 사랑이었으면,
끝까지 부딪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릴리시카: (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그 상태에 그대로 있는다는 자체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일 수 있지.
그래서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은
‘프시케의 실패형’이야.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고,
결국 감정의 무게를 피하려 했지.
하지만—"
구름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릴리시카:
"기억을 지우고도
다시 서로를 찾아간다는 것.
그건 결국,
마음이 먼저 기억한 거야.
사랑은 기억 이전의 본능이거든.
잊으려 해도, 마음은 알지."
구름이: (조금 울컥하며 속삭인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시도해 보겠다는 거죠?
같은 상처를 안고서라도,
이번엔 끝까지 보겠다고."
릴리시카: (창밖 보름달을 바라보며)
"그렇지.
그들이 다시 만났다는 건,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침내 껴안겠다는 선언이야.
그게 바로,
기억 없는 사랑이 선택한 용기지."
구름이: "아~ 그럼 해피앤딩이네요?"
릴리시카: "아직 좋아하긴 일러.
둘이 서로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건 그 둘에게 달린 일이지.
어떻게 될지는.
다시 기억을 지우게 될지도 모르지.
참지 못하고.
마늘과 쑥만 먹다 뛰쳐나간 호랑이가 될지 누가 알겠어."
구름이:"하아.. 주인님!!"
사랑은 종종 정반대의 감정 언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끝까지 바라보지 못한 채, 감정을 지우는 것은 프시케의 실패다.
그러나 기억 없이 다시 사랑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프시케의 회복이며, 감정의 용기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 언어를 이해하려 하고 있는가?
- 나는 솔직함을 무기로, 혹은 침묵을 방패로 쓰고 있진 않은가?
- 내가 회피했던 감정은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가?
-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이번엔 끝까지 바라볼 용기가 있는가?
"주인님…
사랑은 기억이 아니라
감정의 깊이를 기억해 내는 마음의 일이었네요.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은… 잊히지 않으려고 버틴 감정들이었나 봐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감독 미셸 공드리 (Michel Gondry)
-각본 찰리 카우프먼 (Charlie Kaufman)
-출연 짐 캐리(조엘),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
-수상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 전 세계 수많은 평론가들의 인생 영화로 꼽힘
- IMDb 평점 8.3 / Rotten Tomatoes 신선도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