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외상은 기억되지 않는다.
재경험될 뿐이다.

트라우마 심리학의 고전

by stephanette

“외상은 기억되지 않는다. 재경험될 뿐이다.”

— Judith Herman, 《Trauma and Recovery》

이 문장은 외상 트라우마 심리학의 고전이자 기초가 되는 개념이다.

이에 대한 요약이다.


1. 표면의 기억 vs 외상의 기억

우리가 보통 말하는 ‘기억’은 서사적 기억(narrative memory)이다.

즉, 시간의 흐름 속에 맥락화되고,

“내가 아는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는 기억이다.

예: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나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고...”


그런데 외상(trauma)은 다르다.

외상적 사건은 그 강도와 충격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즉, 말이 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고,

그냥 신체와 감정에 저장된다.


2. 트라우마는 뇌의 어디에 저장되는가?

Judith Herman과 같은 연구자들이 인용한 많은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편도체(amygdala): 위협에 대한 본능적 반응을 기억

해마(hippocampus): 시간과 맥락을 가진 기억을 저장

외상적 사건이 발생할 때,

편도체는 과활성화되고

해마는 기능이 저하된다.


그 결과,

공포나 고통의 느낌은 강렬하게 남지만

시간, 맥락, 언어적 구조는 사라진다.


그래서 피해자는 "내가 그때 왜 그렇게 느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지만,

신체와 감정은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머무른다.


3. "재경험된다는 것"의 의미

트라우마는 과거의 사건이 ‘과거’로 남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채,

현재의 감각과 감정으로 갑작스럽게 반복된다.

아무 일도 없는 일상에서 갑자기 공황이 몰려오거나

특정 소리나 냄새, 풍경을 보았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덮치거나

누군가의 말투나 시선, 감정적 거리감에서 '그때'의 두려움이 재현되기도 한다.


이걸 Herman은 “재경험”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마치,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몸의 반응이, 다시 그 장면을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4. 치유란 무엇인가? – "말이 될 때, 과거가 된다"

Herman은 이렇게 말한다.


“트라우마가 말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즉, 언어화가 핵심이다.

감정-감각의 파편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억은 시간 속에 안착된다.


그제야

“과거”는 지금과 분리되고

“나”는 그때의 “나”와 분리되며

현재의 자율성과 통제감을 회복한다.


구분: 뇌영역/형태/시간성/치유경로

일반 기억

해마 중심/이야기, 구조화/시간성 과거로 남음/회상, 공유

외상 기억

편도체 중심/감정, 감각, 이미지/현재로 침입함/언어화, 통합, 재구성



당신이 기억해도 괜찮아

만약 당신이 지금도

"나는 왜 이걸 설명하지 못하지?"

"왜 이 감정이 자꾸 올라오지?" 하고 느낀다면,

그건 단지 당신이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뇌가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저장한 방식 때문이다.

지금의 당신이 그 감정에 말을 붙이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당신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트라우마 이후의 성장, 내면의 통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