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무쏘 스포츠 - 생방송 전화와 무쏘 스포츠의 뒤태
기억은 기어를 거꾸로 넣고 달린다
- 후진의 감각으로 바라본 사랑과 삶 2편
간혹 그는 뜬금없이 지나간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웃긴 이야기를 했다.
그는 신나게 웃으며 말을 한다.
지난 여친에 대한 이야기다.
싸우다가 여친이 가위로 머리를 쥐 파먹은 것처럼 잘랐었다고 했다.
그렇게 미용실에 갔더니
미용사가 손을 덜덜 떨었다고 하며 폭소를 한다.
하긴, 이상하게 잘라버린 머리카락이 아니어도 얼핏 보면 조폭 같기도 하다.
성악가들은 덩치가 좋으니까.
여친은 잡지에서 찢은 것 같은
멋진 포즈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그리곤 통 연락이 없었다.
해외로 간다고 했었나, 한 번 연락이 되었던 것도 같다.
여친과 다시 만난다고 했다.
마음이 많이 아픈 친구라고
자기라도 옆에 있어줘야 한다고 그랬었다.
나야 동네 아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에 뜨는 번호는 해외 넘버,
그러니까 국제 전화다.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한 껏 톤이 올라갔다.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고
신나게 근황을 이야기하며 웃는다.
알고 보니 라디오 생방 중이라며 게스트를 해달란다.
그러겠다고 했다.
딱히 못할 것도 없다.
그가 존댓말로
라디오 진행을 하며 몇 가지를 물어봤다.
나도 공적인 목소리의
존댓말로
대답들을 하고 마친다.
그는 대뜸,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전화 시작부터
라디오 생방으로 다 나가버렸다고.
하하하
그냥 반말로 노는 게 더 재미났을 듯싶긴 하다.
모르는 이들 앞에서
신나게 근황을 물어보다니.
연애라도 했으면
방송사고라도 났겠지 싶어서
아찔했다.
당시의 가끔의 근황을 나누던
온라인 플랫폼이 사라지고
그의 소식은 영영 모른다.
오늘 새벽,
꿈을 꾸고 나서
차를 생각하다가
무쏘 스포츠 픽업트럭의 멋진 뒤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외국에서 올렸던 사진.
유학생 시절
작은 촛불과
와인병
그의 감각적인 글
마음이 아픈 그의 그녀는
마음이 다 나았을까
다들 소소한 행복을 잘 누리며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