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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기어를 거꾸로 넣고 달린다 사랑과 삶 되감기 6

흰색 소나타

by stephanette

기억은 기어를 거꾸로 넣고 달린다

- 후진의 감각으로 바라본 사랑과 삶 6편


나는 모태신앙이다.

엄마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도 늘 묵주기도를 했었다.

기도의 지향은 매우 거창했다.

세계평화이거나

혹은 러시아의 회개이거나.

기도는 지향이 클수록 더 잘 들어준다는

그런 이야기를 엄마는 늘 했었다.

당연히, 나도 레지오 마리에의

성모님의 푸른 군대의

군인이 되어 늘 기도를 했다.


매일 미사를 가고

매일 봉사를 하고

그렇게 20대를 다 보냈다.


하긴,

그랬던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의 첫사랑은

나와 헤어지고

신부가 된다고 했다.

그것도 매우 건너 건너 들은 이야기이다.


충분히 만나고

충분히 이유를 알고

그렇게 헤어졌다면

수도자처럼 젊음을 소진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20대의 나는 이미 500살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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