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 담지 못한 칼국수 한 그릇의 마음
*이 글은 '동막해수욕장 가는길, 그날의 칼국수'라는 글에 대한 변주곡이다.
그날, 세탁기의 회전 속에서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 보였다. 수건의 실밥 하나하나가, 오래도록 삶아진 시간처럼 흐물거리며 풀려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눌러 넣었다. 둥근 버튼을 누르는 손끝에 맺힌 묵음의 긴장이, 기계의 저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회전은 시작되었고, 나는 그 안에, 어딘가에 갇힌 채, 잠시 멈추어 있었다.
차에 올랐을 때, 의도는 없었다. 길은 나를 대신해 방향을 잡았고, 나는 단지 그저, 그 흐름을 허락했을 뿐이었다. 창밖은 무채색으로 덧칠된 필름 같았고, 바다는 먼지 낀 기억의 가장자리처럼 퍼져 있었다. 해풍은 방향을 상실한 채, 유리창을 더듬었고, 칼국수집 간판은 기울어진 채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오랜 전 아버지와 함께 앉았던 그 자리, 접시 위에 놓였던 홍합껍질의 냄새를 기억하며,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창가 구석, 가장자리의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없었고, 소금기는 유리창에 엉겨붙어 바다를 왜곡했고, 나는 그 틈 사이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푸르지도 않았고, 단지 회색빛으로 존재했다. 마음의 어딘가가 살짝 젖어 들어, 말없이 조개껍데기를 기억하는 것처럼.
"칼국수 주세요."
말은 공기 중에 사라졌고, 직원의 눈빛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건 하나의 예감이었다. 오후 3시, 침묵 속의 정오가 지나간 직후. 그리고, 문이 열렸다. 낡은 나무문이 내는 소리는 머릿속 어딘가에서 울렸다. 단 하나의 발자국이, 공간의 결을 바꾸었다. 시간은 잠시 접히고,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목소리보다 먼저 다가왔다. 낮고 깊은 울림, 그것은 마치 무언가의 오래된 회복처럼, 내 귀 깊은 곳을 휘돌아, 척추를 타고 흘렀다. 목덜미와 발끝 사이, 인지되지 못한 부분들이 생생하게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기척이 내게로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만 있었다.
그의 발. 낡은 보트슈즈. 갈색 가죽 위에 앉은 햇빛은 순간 나를 잠식했고, 나는 창밖의 빛을 핑계로, 그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그가 말했다. 그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이 놓인 공간은 기억난다. 상아빛 플라스틱 접시 위, 김이 식어가는 조개의 껍질 옆으로.
나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를 처음 보았고, 동시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눈 속 어딘가, 오래전부터 내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순간의 무게를 담지 못했다. 우리는 그저, 유리창 너머 햇빛과 바다의 움직임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사랑이란, 식지 않은 그릇이지만, 결코 입에 담기지 못한 국물 같은 것. 그저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열기. 그리고, 그날은—아무 일도 없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리하여, 모든 일이 일어났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