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삭제된 임무 파일명. 동막은 그 파일이 복원된 최초의 장소
*이 글은 '동막해수욕장 가는길, 그날의 칼국수'라는 글에 대한 변주곡이다.
그녀는 식어가는 칼국수를 기다렸고, 그는 지워진 기억을 복구하러 왔다.
2035년 5월 24일.
대한민국 인천 인근.
구형 해안 감시장비 폐기처분 구역 근처.
커버는 ‘동막포 칼국수집’.
비공식 작전 지역.
여자는 오전 10시 14분, 세탁기 작동과 함께 기억 단층 현상을 감지한다.
세탁 중 손끝의 감각이 0.3초간 이탈했고,
그 순간 뇌 내 기억 매핑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평범한 시민이 아니다.
그녀의 두뇌는 NDA-88 실험체.
단기 기억 삭제 실험 대상자였으며,
2년 전 작전 실패 후 기억을 봉인당했다.
그날 오후, 그녀는 차를 몰고 바다로 향한다.
그건 감정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건 주입된 경로의 반응 트리거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칼국수집으로 들어선다.
그곳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죽이기 전,
식사를 했던 장소였다.
그는 오후 3시 16분에 들어선다.
그의 등장으로 내부 압력 1.2% 하락.
온도 -0.8도 변화.
공기의 전기적 응집도가 흔들렸다.
그는 무기처럼 다가온다.
그의 걸음은 마치 타격 목표를 향한 정조준.
표적: 그녀.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상황은 낯설지 않다.
누군가 자신을 보러 왔고,
자신은 그를 이미 죽였어야 했다는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그는 앉는다.
말을 건넨다.
“기억나십니까, 그날의 맛?”
그녀는 대답 대신
테이블 밑으로 왼손을 내린다.
손가락 두 마디에 칩이 삽입되어 있었다.
두 개의 이름이 동시에 뜬다.
JAMES LEE / Agent 004-Δ
TARGET: BLACK-MASK PROJECT
그녀는 미소 지으며 칼국수를 저으며 말한다.
“나는 늘 혼자 먹는 편이에요. 당신은?”
그는 멈칫한다.
그것이 기억의 첫 균열이다.
작전 기록 재구성 중…
그는 2025년, 그녀의 암살 임무 중 실종된 대상자였으며,
신경 기억 주입 실험에 자원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조작해 다시 세상에 투입된 요원이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감정을 아는 것과 감정을 기억하는 건 다르다.
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프로그래밍의 일부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한다.
“당신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나는 아직 당신을 다시 지우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 뒤에서 스파크가 튄다.
손끝의 삽입 칩이 그의 시냅스 구조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소 짓는다.
"그럼... 네가 날 다시 죽이는 건가?"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용히 창밖의 바다를 본다.
“죽는 건 당신이 아니라,
그때의 우리예요.”
암호화된 작전 사족:
이 작전은 실패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았고,
그는 프로그램을 이탈한 최초의 실험체가 되었다.
식어가는 칼국수는 남겨졌다.
그러나 그것이 증거였다.
그들이 한때, 인간이었음을 입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