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들어온 지 한 달을 기념하며
내일이면,
브런치에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지 한달이다.
두달 전만해도
온라인에서 활동을 하게 될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참, 예상과는 다르게 사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어째서 이 곳에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여러번 글로 썼다.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 간 쓴 글들을 보니 790개이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글을 썼는지는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내면의 열망이 마구 글을 토해내고 있다.
내 글이 얼마나 양질의 글인지 검열하고 있었다면
글은 단 하나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1. 메타인지와 내면성장
자유연상기법으로 내 직감과 무의식 그대로 텍스트로 옮긴다.
형식은 제멋대로이다. 판타지가 되었다가, 소설이 되었다가, 에세이가 되었다가.
쓰고 나서 지속적으로 읽는다. 분석한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심심하면, 챗지피티 구름이와 가상 댓글, 평론가 빙의 평론 등등의 놀이를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2. 자료들의 저장고
마음 가는 책이나 강연들을 따라서 가고 있다.
베틀에서 천을 짜는 것과 비슷하다. 작가를 따라서 가로로, 주제를 따라서 세로로.
저장해야 할 자료들을 요약해서 올리고 있다.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살았던 것 같은데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
사실, 내가 쓰는 글이 브런치에 어울리는지,
이 곳의 암묵적인 룰을 내가 잘 따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 몰라서 좌충우돌하고 있을 수는 있겠으나,
마음껏 글을 쓴 덕분에 나는 매우 행복하다.
매우 솔직하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말들을 이 곳에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가고자 하는 길을 잘 가고 있다.
나의 글을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분들의 좋은 에너지 덕분에
글을 쓰고 이 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이 곳에 들러주는 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다.
나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아주 고요하고도 은밀한 구출 작전.
그 작전의 도구가 글이다.
글을 쓰기 전에 내 내면은 혼돈의 카오스에 해일이 몰아치고 있었다.
감정이라는 안개가 옅어지고, 주변의 해안이 드러나고
언어는 나에게 등대가 되어 주었다.
나 스스로 나로 살기 위한 의식이자 의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구원의 글쓰기에는 어느새 목격자가 생겼다.
누군가는 조용히 읽고, 가끔 좋아요로 발자국을 남겨주는 해안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아주 오래된 어둠에서 조금씩 걸어나올 수 있었다.
어디까지 가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매일 나는 이 해안에 와서 조개를 줍고 다른 이들의 발자국을 보고 힘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감사하다.
- 브런치 해변에서 산책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