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우주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는 어느 오후의 이야기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주로 대입 입시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나와의 수업을 무척 행복해한다.
나도 노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번 수업에서는 시간 내내 선생님이 극찬과 박수를 보내주었다.
나는 내 노래를 들어도 뭐가 좋은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
하긴, 노래방에서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와 내 음성을 구분하지 못한다.
젊을 때 밴드 보컬이었던 쏘울메이트의 말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수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거라고.
예전에 유행하던, 나이대별 들을 수 있는 소리로 테스트를 했는데,
쏘울메이트의 귀는 10대 언저리였고,
나는 겨우 50대가 들을 수 있는 파장을 인식했었다.
그나마 나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지에 강하다고 자위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자신이 내는 소리도 제대로 못 듣다니.
자기 몸이 울리는 소리와 섞여서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인식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스스로 만드는 소리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니
다르게 말하자면, 각자는 자신의 감각의 우주 속에서 살고 있고
모든 이들은 제각각의 우주 속에서 유영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보컬 선생님이 칭찬을 한 이유를 물어봤더니,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바로 그 소리를 낸다고 그래서 매우 잘한다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웃겼다. 제대로 내 소리도 못 듣는데 내가 그런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어째서 그런 건지 물어봤다.
선생님의 분석으로는 좋은 음악들을 풍부하게 다양하게 다 접하고 좋아해서라고 한다.
아웃풋은 몰라도 인풋은 자신 있다.
하긴, 살아온 날이 길어서 그런 거니까 좋아할 것은 아닌가?
그래도 그동안 멋진 음악가와 가수들의 노래를 들은 보람이 있다.
오늘, 다양한 버전의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내가 쓰는 글들이 그동안 내가 읽었던 작가들의 문체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거의 읽지 않으니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글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그러니, 멋진 문장을 쓰고 싶으면 그런 작가의 글을 대거 읽어야겠다 싶다.
'내면 성장'의 멋진 글이나 음악은 없나?
난 그게 제일 급한데.
영성의 길이나 내면 차원의 상승을 위해서 다량의 인풋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자신이 있다.
그러나 그런 건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한다.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항상 물어보면,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명상을 하고, 자연을 접하라고 그런다.
그게 뭔가 싶긴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내일부터 루틴으로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