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위로 올라가려면
나는 경계가 매우 명확한 사람이라
오래된 동료들에게조차 나에 대한 말을 거의 안한다.
친구들은 최소 수십년 정도는 같이 봐온 사이이다.
낯선 사람과는 물론, 가까이 있는 자주 보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드러내거나 하지 않는다.
매우 오랜 시간 편안함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그 중에서 친구를 만드는 정도랄까.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이미 그러기 전에 명료하게 정리한다.
주로 감정적인 소통이나 수용이 충분히 가능한 이들과 친하다.
그래서 어떤 상태인지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 건지 그 깊은 바닥까지
모두 다 안다. 한 마디를 해도 최근의 삶을 다 이해하는.
다만, 대부분이 술자리여서 잘 안나가게 된다는 정도.
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최근 (그래봤자 재작년이군) 생겼었다.
목표와 루틴이 매우 확고한 타입이라
이성적으로 현실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술 관련 이슈가 생긴 이후 필름이 몇 번 끊겼었다.
아마도 ‘실연’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절절한 사랑을 강제로 끊어내 버려서
허한 마음에 운동을 시작했다.
술을 끊기로 다짐하고.
그에게 돌아가지 않기 위해 운동에 매달렸었다.
세상 가장 하기 싫은 운동을 하는 것이
그 관계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덜 힘들었으니까.
그래서 모든 것을 단절하고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을 수 있었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편했던 것은 아니나,
그 기간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