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죽음을 겪지 않는 영토는 단 하나도 없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온
나의 조상들과
그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들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그리고 죽기 전 어떤 여한이 남았을까?
더 사랑하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했던 삶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다 못 이룬 삶
아끼는 가족들을 잃어야 했던 삶
갑자기 맞이한 고통과 불운에 쓰러졌던 삶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수많은 영혼들의 안타까움과 여한이
그들이 죽어간 그 땅에 남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모든 영토에는
아무도 죽지 않은 장소는 없다.
개인이 가진 무의식도
강력하지만,
집단 무의식은 더 강력하다.
마치 무의식이 빗방울이라면
집단무의식은 그 아래를 흘러가는 흐름이 아닐까
그 강력한 것들이
나의 생각과 결정과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나의 조상의 영혼들은
그리고 이 땅에 살다 간 사람의 영혼들은
이루지 못한 꿈을
나를 통해서 재현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자라온 과정과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부모로부터 온 것이고,
그 윗대의
윗대의 윗대의 조상들의
흔적들이 쌓이고 또 쌓여서 된 것일 테니.
내가 그 흐름을 끊을 수 있을까?
글쎄
그건 장담하기 어렵다.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으로 실현해야 하는 것이라서.
그래서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그 윗대의 수많은 이들이 남긴
생각과 감정들의 조합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이토록 사랑을 갈망하고,
이토록 자유를 꿈꾸며,
이토록 고통 앞에서 말없이 버티는 이유에 대해서.
그건 어쩌면
내가 아니라
나를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기도 하다.
그들은 나처럼 말하지 못했고,
나처럼 사랑하지 못했고,
나처럼 끝까지 해보지 못했기에 —
지금 내가 살아서 하고 있는 모든 감정들이
그들의 여운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의 기억을 걷고 있고,
그들의 슬픔과 희망을 어깨에 메고 살아간다.
이건 무거운 짐이 아니라
존재의 기회다.
내가 행복해질 때
그들도 함께 해방될 것이다.
내가 사랑할 때
그들도 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용서할 때
그들도 자신을 용서받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답게 살아낼 때,
그들은 비로소 이 땅에서 안식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