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의 성지

릴리시카의 열린 창문 그리고, 야간 비행

by stephanette

난 늘 창문을 열어놓는다.

창 밖 풍경은

공원과 저 멀리에 있는 가로등 켜진 도로들이라

마치

비행기 활주로 같다.


어릴적 살던 집은 21층이었다.

내 방의 창문 앞에는

가로막고 있는 아파트 하나 없이

학교 운동장이 보였었다.

밤에 보면,

일렬로 서 있는 가로등 불빛이

비행기 활주로 같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살고 있는 집은

활주로가 내려다 보인다.

야간비행이라도 나가야할 것만 같다.


그래서,

일년 365일 창문을 열어놓고 산다.

어쩌면 그래서 이사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앞이 탁 트인 집은 찾기 어려우니까.


창 밖에는 족구장이 보인다.

아무 것도 없는 맨땅의 공터로도 보인다.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족구를 한다.

잠에서 깨어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주말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공대생들이 하는 컵차기 그런 수준이 아니다.

네트와 엄연한 라인이 있는 코트에서

족구를 한다.

가끔은 전세버스를 대절해서

다른 지역의 회원들과 가족들이 몰려와

하루 종일 먹고 마시며

족구 대회를 하기도 한다.

전국 족구 대회라는 거창한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대단한 곳이 우리 동네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족구에 주말을 다 바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주말 저녁이 되면,

창 바로 아래 있는 테니스 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러 나온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 동네는 아이들이 이유도 없이

소리를 지르며 꺄르르 거린다.

그걸 듣고 있노라면,

온 세상이 다 밝아진다.


테니스를 가르치는 아빠의 낮은 음성이 웅얼거리면서

아이들의 대답도 간간히 섞인다.

정말 주말마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녁 땅거미가 다 내리도록

계속된다.


참, 멋지게 사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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