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망설여지는 진로 설정

by 스테파노

대학원 때 00 행정학을 가르치던 김 00 교수님과 함께 졸업을 몇 개월 앞두고 교수회관에서 간담회 모임이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김 교수께서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하셨다.


어떤 사람이 세일즈를 잘하는 유명한 세일즈맨에게 ‘어떻게 하면 세일즈를 잘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세일즈맨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 세 개 정도를 본인 스스로 고르게끔 하라. 세 개를 골랐으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 하나를 골라주면 된다. 그 하나는 그 사람의 마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다. 마음의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되는 하나를 놓고 집중적으로 좋은 점을 차근차근 설명하면 된다.’


교수님은 이야기에 덧붙여서 이런 뜻으로 설명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누구나 3개쯤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다. 골라 놓은 3개는 엄밀하게 보면 차이는 없다. 3개 중 아무거나 선택해도 결코 잘못 고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택은 하나를 하는데 고민 점이 있다. 3개를 가지고 고민을 하는 사람은 그중에 더 마음을 주는 1개가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세일즈맨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그 사람이 가장 마음에 당기는 하나를 위해 집중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좋은 점을 설명하면 된다. 결국 세일즈맨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하나를 고른 것이다.’


교수님은 진로 선택에 고민하고 있을 젊은 학생들이 안쓰러워 시간을 내어 그런 말씀을 해주셨을 것이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조언은 조언일 뿐, 결국 마지막 선택하는 길은 자기가 결정한다는 것을 강조하시면서.


사실 진로를 선택할 때 하나만 선택하자니 고민을 한다. 많은 진로 가운데 본인이 마음에 들어 하는 3개를 다 가질 수 없어서.


선택지에 들어있는 3개는 사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이며 그중 아무거나 선택을 해도 결코 잘못될 리가 없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은 더 크고 좋게 보이는 것이 상례이므로 선택하고서도 나머지 2개에 대해 미련이 남는다.


‘그쪽 길로 갔으면 지금쯤 oo이 되었을 텐데…? 하며 그쪽 길로 못 간 것을 아쉬워한다.


사실 2개의 나머지 선택되지 않은 길은 환경이나 여건상 갈 수 없었거나 가더라도 많은 부분을 희생했어야 할 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로 설정과 관련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을 붙잡고 조언을 구한다. 현실의 여건을 고려하여 부득이 암묵적으로 가야 할 길을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조언 구하기는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자신이 암묵적으로 정한 그 길이 나올 때까지. 마침내 유명한 세일즈맨의 세일즈 기법대로 암묵적으로 정한 그 길을 조언으로 들었을 때 비로소 조언을 구하는 순례는 멈추어진다.

조언 구하기가 끝나면 드디어 확신에 차 진로 설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나머지 2개의 길은 여전히 미련으로 남긴 체….


마침내 졸업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이 공교롭게도 교수님 말씀대로 3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장 현실적으로 확실한 곳을 선택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다른 두 길로 갔더라면 어떠했을까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리를 어지럽혔다.


항상 안 가본 길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법이다. 김 교수님의 세일즈맨에 관한 이야기는 그 후에도 종종 생각이 났다. ‘선택권이 없으면 분노하고 선택권이 주어지면 불안해한다’라는 실존주의의 이론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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