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기록부

by 스테파노

큰딸이 6학년이 되었다. 2주일쯤 되었을까, 학교를 다녀온 딸은 부모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노트를 내밀었다.


나는 집사람에게 아이들 교육은 거의 맡기다시피 했다. 집사람은 사인해주고 공책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보더니만 노트에다 무엇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딸은 조금은 기분이 좋은지 ‘조별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를 하는데, 어느 조가 맛있는지 시합을 한대. 샘은 심판 보고.’라고 말했다.


부모가 검토의견을 써주는 것도, 비빔밥을 다 같이 만들어 먹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딸에게 물었다.

‘너네, 담임선생님이 어떻니?’

‘이제까지 본 샘 중에서 최고지.’라고 대답은 명쾌했다.


그리고는 교실 분위기를 설명하였다. 첫날 첫 시간에 학생들은 책상 배치를 바꾸었다고 했다.

칠판과 교탁을 중심으로 일 열 종대로 늘어서 있던 책상을 교실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해서 빙 둘러 원형 방식으로 바꾸었다.


아마도 선생님 위주의 일방적 주입식 공부를 지양하고 학생들 상호 간에 소통을 중심으로 교실 배치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교실의 주인은 누구일까? 아마도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앞에서 그런 뜻을 표시는 안 했겠으나 교실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을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는 5~6명씩 나누어 조를 만들고 조별로 의견을 내어 조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조 단위로 발표도 하고 조 단위로 공부도 한다고 했다.


오늘 딸이 부모한테 내민 노트는 바로 ‘조별 학습 기록부’이었다.


그 기록부를 돌아가며 작성하는 데 누가 발표를 했는지, 누가 공부 시간 중에 열심히 했는지 등을 조원이 상의해서 기록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칭찬거리 중심이었다.


그리고는 주 단위로 학습 기록부를 돌아가며 학생의 부모로부터 점검 의견을 작성케 해서 이튿날 가져오는 것이었다.


예컨대 ‘참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ooo 학생은 발표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다음에는 발표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식이었다.


두 달 정도 되면 책상을 바꾸어 앉고 조원도 다른 학생으로 바꾼다고 했다. 집사람한테 들은 얘기지만 어쩌다 누가 촌지를 주고 가면 그 돈으로 틈틈이 반 아이들과 아이스크림 파티를 한다고 했다.


나는 공부 시스템을 바꾼 선생님이 좋기도 하지만 정말 감동은 졸업 때였다. 첫아이라 졸업식은 꼭 보았으면 해서 시간을 내어 졸업식에 갔다.


졸업식을 치르고 각반별로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면 졸업식은 전부 끝나고 사진을 찍으면 되었다.


그런데 다른 반 학생들은 사진 촬영을 끝내고 교정 밖으로 뿔뿔이 흩어졌으나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간 딸이 통 오지 않는 것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교실로 간 우리는 적이 놀랐다. 선생님을 가운데 두고 아이들이 하염없이 울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품에 번갈아 가며 폭 안겨서 그렇게 울고 있었다. 일일이 다 포옹을 해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네는 선생님도 눈물이 흘렀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아끼는 선생님!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초등학교 졸업식은 웃음으로 왁자지껄하게 끝났으나 이번 선생님은 달랐다.


아이들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 선생님께 두고두고 고마웠다. 딸은 6학년 이후 몹시 밝아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정이 듬뿍 담긴 선생님의 교육 덕택에.

keyword
이전 07화four eyes ru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