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1
춘추시대 진 문공이란 분이 마침 식사할 시간이어서 밥상을 받았다. 밥상을 옮겨놓는 사람이 보니 고기를 얹은 적쇠에 머리카락이 보였다.
밥상을 나르던 사람은 놀라 머리카락이 있다고 진 문공께 보고하였다. 진 문공이 들여다보니 정말로 머리카락이 있었다. 진 문공은 화가 나서 고기를 요리하는 책임자가 잘못했으니 그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고기 요리 책임자는 진 문공 앞에 불려 나와 죽기 전에 마지막 말을 하게 되었다. 요리 책임자는 ‘신이 마땅히 죽어야 할 3가지 죄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첫째, 쇠붙이도 녹여내는 숫 불에 머리카락 하나를 불살라버리지 못한 죄.
둘째, 신이 살아있는 소의 뿔을 뽑을 만큼 힘이 센데 머리카락 하나 감겨 있는 것을 적쇠로부터 끊어내지 못한 죄.
셋째, 신과 저를 보조하는 요리사가 네 눈으로 살펴본 것이 밥상을 나르던 사람의 두 눈만 못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라고 고했다.
진 문공이란 분은 이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하여 보니 주방에서 불 쓰는 사람이 잘못했다면 이미 불에 타 밥상까지 오를 수가 없었다. 요리 책임자는 말을 조리 있게 잘하여 끊어질 뻔한 목숨줄을 이었다.
마디 2
윗글은 재미로 읽는 고사이지만 고기 요리 책임자의 말 중에서 ‘네 개의 눈이 어찌 두 개의 눈만 못 할까?’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독일에 four eyes rule 이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four eyes rule이 사용되는 때도 있다. 지점에서 금액이 큰 대출을 결정할 경우,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지점 심사부서를 두어 이중으로 볼 때도 있다. 이 경우 통상 four eyes rule 적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일의 four eyes rule은 모든 서류에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이다. 독일에서는 반드시 두 사람의 co-sign이 있어야 정식 문서로서 효력을 인정한다.
네 개의 눈 즉 두 사람이 상호 견제하고 또 상호 균형을 맞춘 문서 라야 올바른 문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결재 문화는 말단 직원이 기안하면 기안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필을 잡은 윗사람이 수정하면 말단 직원은 수정한 내용을 반영하여 다시 기안서를 만들어 올린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등 각 결재단계마다 이런 식으로 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다시 기안서를 만들어 최종 결재 책임자까지 올라간다.
그러면 최종 결재서류에 말단 직원의 초기 기안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각 단계에서 잘 다듬어진 기안서 달랑 한 부만 남아 있게 된다.
거기에다 다시 직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등이 도장을 찍으면 세련되고 멋있는 기안서는 완성이다. 기안 책임은 기안서를 수정할 때마다 비켜나갈 것은 비켜나가고, 빠져나갈 것은 빠져나가서 잘 정돈된 결재가 이루어진다.
때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서류에 도장 찍은 사람이 줄줄이 책임을 진다. 혹은 기안서에 다른 의견이 있음에도 줄줄이 도장을 찍어야 하는 기세에 눌려 도장을 찍고 책임추궁을 당하는 때도 있다.
지금은 팀제 실시로 결재단계가 많이 줄었으며 책임추궁을 당할 일에서는 당당하게 나서 결재 도장을 안 찍고 올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책임과 관련하여 자기주장을 못 하는 결재 문화는 바뀌지 않고 있다.
독일식으로 four eyes rule을 적용하여 결재한다고 가정해보자. 말단 직원과 대리 둘이서 자기 직책에 맞는 책임 범위를 명쾌히 하여 공통으로 합의한 내용에 사인하고 그것은 서류로서 남긴다.
동일 사안에 대리와 과장이 합의할 때는 대리는 말단 직원과 합의한 것을 첨부하여 대리가 자기 의견을 넣은 결재서류를 과장에게 내민다.
과장은 자기 의견을 넣어서 그들 수준에 맞는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여 과장과 대리 사이에 공통으로 합의를 하고 이것 역시 서류로 남긴다. 매 결재 단계마다 2인 즉 four eyes가 점검하고 사인한다.
어떤 방식이 일의 능률을 높이고 종이의 낭비를 막을까? 어떤 방식이 책임의 명료성 면에서 더 나을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가 있지만 나는 four eyes rule을 적용한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네 개의 눈이 어찌 두 개의 눈만 못할까?’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four eyes rule을 새로운 결재 문화로 도입하는 참신한 CEO는 없는지? 창의력은 상명하복의 문화에 길들은 사람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