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2
마디 1
독일 음식점에 가면 돼지고기로 된 음식을 많이 본다. 독일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어서인지 결코 소고기 가격보다 싸지 않다. 특히 ’ 학세‘라는 우리말로 하면 돼지족발 요리인데 맛도 좋고 푸짐해서 독일인도 많이 찾고 관광객들도 즐겨 먹는다.
독일에서 근무할 때이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 그분 일행은 평소에 해외여행도 많이 하고 또 독일에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3차례 여행을 했다고 했다.
나는 그들 부부에게 어떤 음식을 소개해드릴까 고민하던 끝에 가장 독일적인 독일풍이 살아 있는 음식을 소개해주기로 하였다. 그들 부부도 독일에 와서 한국 음식을 찾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독일풍인 음식을 맛보자고 했다.
독일식의 맥주를 직접 만드는 보로이어가 있는 집에서 독일식의 전통음식이 나오는 000란 집으로 갔다. 순한 독일 하우스 맥주에다 학세와 그린 누들을 주문하고 더하여 소시지가 담긴 전통적인 독일 음식들로 제법 푸짐하게 주문하였다.
학세를 먹은 적이 있다고 하여 아는 체하는 것이 민망하여 그냥 드시게 음식에 대한 설명만 간단히 했다. 그날도 맛있게 음식을 먹고 맥주를 걸쳤으니 손님 일행은 좋은 집을 소개했다고 아주 흐뭇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손님 일행이 칼질한 학세 고기 조각 편이 대각선 우측으로 튀어 독일인에게 날아가는 것이 아니겠나? 다행히 얼굴은 아니고 가슴 부위로 떨어져 낭패는 그나마 줄였다.
나와 우리 일행은 급히 사과하고 죄송한 마음에 맥주를 그쪽 일행 4 사람 당 1 잔씩 사서 돌리는 바람에 조용히 웃으면서 분위기는 좋게 변하였다.
학세는 처음에 부드러운 살코기를 주로 먹고 후에 껍데기를 먹으려고 하면 돌같이 굳어서 칼질도 안 된다. 이날처럼 껍데기가 굳은 것을 썰려다 파편이 같이 식사하는 손님 얼굴로 튀겨 낭패스러운 일도 종종 있다.
기름이 굳기 전에 먹으면 정말로 맛이 있다. 기름이 굳기 전에 껍데기를 먼저 잘라서 먹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아무런 사건이 없는 여행은 편안할지 모르나 후일 추억거리는 없다. 종종 그때 이야기로 웃음꽃 분위기가 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마디 2
과거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의례히 집마다 돼지 한두 마리씩은 키우며 동네에서 잔치가 있을 때면 꼭 돼지를 잡았다. 아이들에게는 돼지 멱따는 소리로 시작되는 날은 괜찮은 날이다.
아이들은 잘 만하면 돼지 오줌보로 만든 축구공을 가지고 뉘 집 마당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고 순대국밥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잔치 집에서 돼지고기 안주에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시고 잔치가 잘되었느니 못되었느니 치알 끝자락에서 씨부려 댄다. 고기를 잘 삶기도 해야지만 첫째는 양이 우선이라 달라는 대로 대령해야만 ‘그 집 잔치 한번 잘하네.’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잔치 집이 ‘푸짐하다’라는 소문이 동네에 알려지면 온 식구가 그날 점심과 저녁은 잔치 집에서 해결한다. 때로는 인근 손님이 넘쳐서 고기 양이 모자라면 한 마리를 더 잡는다고 다시 한번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잔치 날은 잔치 집에서 나는 사람들의 시끌시끌한 소리와 돼지 멱따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화음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