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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짱 Dec 07. 2024

죽음과 퇴사, 누구나 준비 없이 마주하게 되는 것들

누구든지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일이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과 퇴사입니다.


나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주변에서 죽음과 퇴사를 맞이하는 이들을 보면서도 잠깐 마음의 동요는 일지만 아직 나에게는 먼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 인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2016년 5월 어느 날 새벽에 주무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어머니께 말씀을 들어보니, 본인 몸의 이상을 감지하셨는지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미리 죽음을 준비하고 계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조그마한 수첩에 당신의 부고 소식을 전달할 주변 지인들의 연락처를 쭉 작성해서 책상 위에 올려두셨으며, 주변 친인척들을 만났을 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하고 큰 절을 드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어느 날 문득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지만(생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이 바쁘고 아버지와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보니 거절했던 가슴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의 아버지는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것을 예감하시고 하나씩 그 준비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최근 많은 기사들에서 '권고 사직', '퇴사'와 같은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퇴사를 맞이하시는 분들 중, 지금 이 시기에, 나에게 그러한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하신 분들은 아마 거의 없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언젠가는 퇴사를 준비해야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게 지금 당장의 일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고, 주변인들의 일이라곤 생각했지만 막상 나에게 닥친 일이 될 것이라고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천년만년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많은 이들은 천천히, 때론 급격하게 다가오는 퇴사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맞이할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러한 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게 더 맞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퇴사 준비라면 연금을 들고 은퇴 후(그것도 정년을 다 채운 후)의 삶에 대해 소극적인 준비만 하지, 은퇴 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걱정이나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막상 그 일이 나에게 예기치 못하게 닥치면,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 한동안 방황을 하는 순으로 진행이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가끔 상상해 봅니다.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다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 폐업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말입니다.


그나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2년 6개월 정도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지 찾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 같지만, 남들보다 조금 이른 은퇴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가정, 사랑하는 와이프와 아이를 한 순간 사고로 영영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하루하루,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제 옆에서 티비를 보며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왜 공부 안 하고 티비를 보냐고' 야단치기보다, 어떤 티비를 보고 뭐가 재미있는지 함께 공감해 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제가 그 애 옆을 떠났을 때, 마지막 기억이 본인을 야단치고 화냈던 아빠보다는 그래도 함께 즐거웠던 시간을 많이 보냈던 아빠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죽음과 퇴사. 


그 어떤 훌륭한 사람도, 어떤 악한 일을 했던 사람도, 내 주변의 그 누구라도, 그리고 나 조차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언제 이러한 일을 마주치더라도, 마지막 순간을 기억했을 때 괴롭고 슬픈 감정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여한이 없고 주변인들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많이 남겨두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인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는 것이 죽음과 퇴사를 준비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퇴사를 준비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직장 생활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다른 제2, 제3의 취미를 꾸준히 가져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당장 그런 취미를 통해 수익을 낼 순 없겠지만, 2년, 3년, 5년 직장을 다니며 꾸준히 뭔가를 기록하고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퇴사를 맞이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앞선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죽음과 퇴사.


언제 어디서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언제 그 일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기꺼이, 흔쾌히 맞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 라는 다짐을 오늘 다시 한번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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