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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그려봅니다.

by 닥짱

저는 81년 생이며 내년에는 45세가 됩니다. 어찌 보면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을 수도 있는 나이라는 생각도 됩니다. 부모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시고,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만남보다 기존 인연들과의 이별이 더 익숙해지는 나이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올해는 가까웠던 이들을 많이 떠나보냈던 한 해였습니다. 특히 고등학생 시절 늘 함께 붙어 다녔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였었고, 그 친구의 영정사진 앞에서 저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친구와의 이전 추억이 또렷한데 손으로 만질 수 없다는 생각에 가끔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키우고 계신 강아지도 13살이 넘어가며 이젠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전히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제 냄새를 좋아하며 가까이 붙어 있고 싶어 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13년 전 처음으로 입양을 받아 제 차에 태워서 집으로 데리고 왔던 그 시간이 또렷이 기억납니다. 아마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 그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꼈던 제 아버지가 다리 건너편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췌장에 혹이 있어 매 해 검사를 받으셔야 하는 어머니도 다행히 아직은 아무 이상이 없지만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시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젠 그래도 같은 지역에 살면서 언제든지 위급 상황엔 제가 바로 달려갈 수 있다는 거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 가졌던 불안감이 많이 해소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이별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언젠가 다가올 수 있는 죽음이라는 것도 두렵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하나 아쉬운 것은 그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를 할 수 없다는 것뿐인 것 같습니다. 함께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한다고,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충분히 말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이별뒤에 후회할 까봐 그것이 다만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늘 후회를 반복하는 것 같네요.


가끔 저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봅니다. 다행히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잠깐이라도 주어진다면, 그들에게 그저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함께 해서 너무 행복했고 덕분에 잘 살다가 간다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거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비록 인연의 시작과 끝은 우리가 정할 순 없지만, 그 준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위해 지금 이 시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에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조금 더 자주 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이별 준비가 아닐까 하네요.


토요일 아침, 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이런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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