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한 전문가들은 본인이 해온 업무에 대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존중해야 할 부분이며 헤드헌터 업무를 함에 있어 직무를 이해하는데 분명 큰 자산이 되는 건 틀림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성을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내는 분들도 분명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러한 전문성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헤드헌터 업무라는 것은 직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시장을 바라보는 눈, 이력서를 해석하는 능력, JD를 보고 적합한 이를 파악하는 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떻게 보면 직무에 대한 이해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객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해 명확히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그림이라는 것은 직무 전문성뿐 아니라 나이, 성별, 학력, 이직 횟수 등 이력서와 경력기술서에 담겨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고객사가 원하는 인재와 일치하는지를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본인이 추천한 후보자가 서류에서 지속 탈락하거나, 동료 헤드헌터에게 컷을 당하면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우울감에 빠지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왜 내가 추천한 후보자들이 계속 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고 수정 보완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한 노력보다는 '내가 전문가인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고객사나 동료 헤드헌터들에 대한 미움만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서류를 통과한 후보자가 있으면 그 후보자 한 명에게 집착을 하게 되고, 그 후보자의 결과에 따라 나의 기분이 좌우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스스로 우울하고 지치게 되어 업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직무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되, 고객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잘 그릴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플러스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두 개 능력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직무 전문성보다는 고객사에 맞는 인재를 보는 눈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한 시니어분들은 본인이 판단한 이력서에 회사를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과는 안 나오고, 우울감과 화만 계속 쌓여가는 것입니다.
헤드헌터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채용 전문가입니다. 채용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고객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료 헤드헌터나 고객사의 피드백을 잘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속 수정보완하며 발전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헤드헌터를 오래 지속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잘 모르는, 그래서 처음부터 낮은 자세로 시작하는 주니어들이 더 빠르게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적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잘 '모른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