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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짱 Mar 13. 2024

우리나라 채용 시장은 신분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서류불합격 사례를 보면 답답합니다.

어제 또 추천드렸던 후보자에 대해 서류 불합격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불합격 사유는 단순했습니다. 대기업출신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해당 회사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다 보면 처음 채용 의뢰를 받을 시 다양한 채용 조건을 전달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대학 서열, 나이, 이직 횟수, 재직 회사 규모, 성별입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경험을 쌓고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서류조차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특히 이러한 조건은 대기업도 그렇지만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은 좋은 조건의 인재를 저렴한 비용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많아서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더 어렵고 까다로운 곳이라 생각됩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채용 시장이 과거 신분제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신을 따지고, 우리와 유사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 발을 들일 수 없다고 애초에 선을 그어버리는 것이죠.


물론 그렇게 해도 회사는 잘 운영되고 인재 수급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유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뭔가를 이루어내기에는 한국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상 유지, 적당한 성장은 할 수 있지만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한 때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어느샌가 그런 단어는 쏙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냥 전통적인 방식의 채용, 학력과 이직, 성별, 나이를 기준으로 적당히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쉽고 편하고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튀는 사람보다 잘 복종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고, 남들 따라 대기업에 가고, 착실히 인생을 살아왔다고 보이는 이들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밖으로 튀어나갈 우려 없이 회사가 정해놓은 영역 안에서만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죠.


신분제가 없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바뀌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제도가 싫어서 창업을 하는 이들조차, 회사 규모가 커지면 다시 그들의 습성을 따라가기 때문이죠.


그래도 언젠가는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가져봅니다. 


끊임없이 이에 의구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은 생겨날 것이고,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글로벌 리딩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스타트업들이 분명 생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신분이 아닌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서류 검토만이라도 가능한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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