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동굴

어둠을 기억하며, 빛을 찾아내라는.

by 스테르담

나의 마음에 동굴엔

어두운 것들이 그득하다.


그것들이 어두워

동굴 안에 있는 것인지


동굴 안이 어두워

그것들이 어두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어두운 것들은

한사코 내 마음을 후벼 파는데,

과거의 나를 들이밀기도 하고

현재의 나를 부정하기도 하며

미래의 나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살다 보면 마주하는

그 어두운 것들에게서

나는 당최 헤어날 재간이 없다.




그리고

그 동굴에선

삶의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는다.


나름

방향을 잡았다

생각했는데

신호를 잃은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 된다.


아, 나는

이정표를 보거나

스스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는데

내비게이션에 너무 의지했나 보다.




마음의 동굴에서

어두운 것과 마주하고

방향을 잃은 나는

웅크리고 앉는다.


앉아 있으면

그제야 들리는 소리

그제야 느끼는 감촉

그제야 떠오른 생각

그제야 깨닫는 무엇


어둠에 익숙해지면

주위가 보인다.


어둠과 친해지면

두려움은 작아진다.


마침내 보이는

희미한 불빛.


그 불빛을 따라

계단을 오르고 올라

조금은 무거운 그 문을 열고

햇살 가득한 평야로

나아가면 될 것을.




눈부신 햇살에

눈을 가리고

뒤를 돌아

동굴을 바라본다.


어두워 피한 것들이

어두워 두려워한 것들이

왜 이리 친근할까.


나는 다짐한다.

때때로 스스로 동굴에 들어갈 것을.


또, 나는 결심한다.

밝은 빛 속에서도 어둠을 생각하기를.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본다.


그것은

마음의 동굴이 보내는

신호일지 모른다.


밝은 곳에서도

어둠을 잊지 말라는.


어둠을 기억하며

빛을 찾아내라는.


그래,

가만 보면 그림자가

나를 이루는 모든 것 중

가장 정직하고 순수한 존재일지도.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내가 어떤 마음을 품더라도,

그림자는 그림자니까.




나의 마음에 동굴엔

어두운 것들이 그득하다.


살다 보면 마주하는

그 어두운 것들에게서

나는 당최 헤어날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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