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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31. 2019

열정으로도 취하지 말 것

목적 잃은 과도한 열정

무언가에 취한다는 것


단어에는 힘이 있다.

단어는 곧 말이 되며, 말은 곧 행동으로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단어에 실린 다짐의 무게와 단어 그 자체에 존재하는 고유의 질량이 만나면 그렇게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힘이 있는 두 단어가 만나, 항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그 둘 이상이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그 효과가 줄어드는 링겔만 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다. 한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가 커서, 그 아무리 좋은 단어와 병합을 해도 둘의 만남이 하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다. 단어는 펄떡펄떡 살아 있어 서로를 모두어주기도 하고, 다른 단어의 힘을 빼앗기도 하는 것이다.


다른 단어의 힘을 빼앗는 대표적인 말은 '취하다'가 아닐까 한다.

자연스레 앞에 붙는 '술'이란 말과 함께하면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앞에 '열정'이란 말을 갖다 붙여 '열정에 취하다'란 말이 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때론 좋은 말로도 들린다. '취하다'라는 말보단, '열정'이란 말을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열정'이라는 긍정적이고 뜨겁게 펄떡이는 단어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에 취하는 것이 뭐가 대수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도 그랬다. 열정이라면 취해도 좋고 지나쳐도 좋다고 생각했다. 과유불급보단 다다익선이란 말에 더 기댄 것이다.


그러나 우린, 그 어떠한 긍정적인 단어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취하다'란 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취하다'란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느끼는 바가 달라질 것이다.

취하다
1. 기운에 의해 정신이 몽롱해지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다
2. 마음이 쏠리고 열중하여 넋을 빼앗기다

- 어학사전 -


특히, '넉을 빼앗기다'란 말이 유난히 맘에 걸린다.

술을 먹었을 때뿐만 아니라, 열정에 취하더라도 우리는 넋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술이든 열정이든, 취하고 나면 공통점이 있다. 즉, 나는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주변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나는 정작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술에서 취함이 물러나고 정신이 들면 후회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도.


나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열정이 지나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더불어, 내 열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힘들었을 것이란 반성을 하게 된다. 열정에 취하면 그것은 정의로워 보인다. 맞는 길이고, 최고의 선이라 여겨지는 그 길목에선 주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내 마음은 이미 어떤 목표에 쏠려있고, 그것에 열중하며 종내에는 넋을 빼앗기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술처럼 열정도 취해야 맛일 수 있다.

조절 가능한 열정이라면, 열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될 수도 있다. 단 하나. 우리는 취했을 때에도 평소 생각이 가지런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무리 취해도 운전은 안 한다든가, 누군가에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는 평소의 다짐이 취했을 때 힘을 발휘한다. 열정도 마찬가지. 내가 무언가에 빠져 열정적일 수 있고, 그래야 삶에 재미가 느껴진다. 그때, 내 열정으로 다른 누군가가 또는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돌아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취해 있음을 알고,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 그러면 취하더라도 우리는 기분 좋게 나와 주변을 보듬을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취하는 순간이 많다.

술, 열정, 사랑, 집념, 사람, 취미 등등. 주변은 온갖 취하고도 남을 것들이 다양하다. 가장 중요하고도 적당한 수준은 취하기 전에 그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도의 기술이자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모순이다. 취함과 취하지 않는 그 중간을 오롯이 지켜내는 사람은 없다. 그 중간은 마치 균형이 절대 맞추어지지 않는 시소와 같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람을 만든 절대자에게 따질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가능한 무엇에라도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취한다면, 취하더라도 지킬 건 지킬 줄 아는 정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 좋으라고 무언가에 취했는데, 그 안에 내가 사라지면 절대 안 된다.


열정으로라도 취하자 말자는 것은 그 이유다.

목적 잃은 과도한 열정으로 나 자신이 바스러지지 않도록, (나만) 뜨거운 열정으로 인해 혹여나 주위 사람들이 데이지 않도록.


올곧은 생각과 유연한 마음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것은 내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느끼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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