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는 모든 순간은 놈의 함정이다
[Episode 5]
- 시간 -
되돌려지지 않는 것은 모두 다 이 놈 때문이다.
나는 그놈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태어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탄생과 동시에 놈은 내 숫자를 저가 센다.
째깍째깍 쫓기며 살다 나는 회의한다.
놈은 왜 내 숫자를 세고, 나는 왜 그 셈에 따라 죽어가는가.
그놈에게 대항할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일방통행으로 내달리도록 놈은 나를 조종한다.
나를 의식할 찰나도 없이 밀어내는 통에 나는 자주 실수한다.
고로, 흑역사는 나의 잘못이 아니다.
야멸차게 밀어붙이는 놈의 무식함과
되돌릴 수 없는 일직선의 무례함이 원인인 것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시계를 부순다고 그놈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그놈에 대항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순간의 순간을 쪼개어 나를 의식하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는 모든 순간은 놈의 함정이다.
상대성과 절대성을 오가는 놈은, 그렇게 약삭빠르다.
매일을, 매 순간을.
온몸과 마음으로 놈에게 대항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