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고사를 했으나, 다시 요청을 하는 재능 관련 플랫폼 매니저님의 열정에 마음이 동했다. 그 열정 속에서,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좌충우돌하던 나의 처음이 생각났다. 처음은 언제나 어렵고 문턱은 높다. 조금만 내가 도움을 준다면, 많은 분들이 다음 문턱으로 갈 수 있기에. 그리고 나도 그분들과 함께 또 다른 문턱을 넘기 위해.
어치파 난 주말 시간을 쪼개면 되었다.
주말에도 공부를 하느라 시간이 빠듯하지만, 가족들은 나의 글쓰기를 응원하고 나는 조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드디어 만난 상기된 얼굴의 신청자 분들.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 그리고 희망은 우리가 모인 공간을 가득 매우고도 남았다.
우선, 현재 자신의 상황을 진단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다.
그리고 글쓰기는 '어떻게'보단 '왜'가 더 중요하며, 책 출간보단 글쓰기가 더 중요한 본질이라는 것에 대해 마음의 동의를 구해나갔다.
무엇보다, 어떤 글 하나라도 쓰기를 시작해보는 마음을 가져가길 바랐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 당일 안에 글을 보내주시면 후기에서 소개를 해드린다 말씀드렸다.
글쓰기 강의를 들은 그 날, 글 하나쯤은 바로 써보는 것이 좋으니까.
그것은 시작이 될 것이니까.
내 응원의 방법이니까.
해서, 아래 직접 보내주신 글들을 소개하려 한다.
강의를 하며 많이 배웠고, 스스로를 반성했으며 무언가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귀한 시간을 내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뚫고 달려오신 분들께 경의와 감사함을 함께 보낸다.
'여행'에 대한 주제어를 받으시고 보내주신 글. 여행...설레는 마음ㄱ 다시 떠나고픈, 여행의 묘미가 절실히 느껴집니다.
- 여행 -
비행기를 타고 한국의 영공을 넘었다. 무뚝뚝한 입국 심사관에게 입가에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미소를 짓고, 어설픈 그 나라 말로 인사를 한다. 스탬프가 찍히고, 게이트를 지나고, 택시를 잡으러 공항 현관문을 연다. 훅- 하고 들어오는 습도와 공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향이 코를 찌른다. 어느새 등에선 땀 한줄기가 흐른다. 큰 맘먹고 구매한 쾌적하고 깨끗한, 순백색의 침대시트가 반기는 호텔의 방문을 연다. 일단 누워 적당하게 차가운 침대 시트 위를 한두바퀴 구른다. 이제 나는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오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이 나의 여행을 보내는 자세다.
여행을 갈 때마다 왠지 일상에 있었던 나보다 더욱 관대해지는 마음을 갖는다. 다시 돌아가서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해결해야 할 일, 그냥 내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왠지 괜히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행에선 물리적인 거리가 현실적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나만의 불안도 그만큼 멀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당장 무엇을 봐야하고, 어느 맛집을 찾아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정말로 즐겁다.
단순한 유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땐 그러한 즐거움으로 가져오는 행복감이 아주 컸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긴 했다. 다시 한번 '왜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걸까?' 그것은 나의 여행은 나의 자율적인 것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행복해진다. 어느 나라로 여행할지, 어떤 계획으로 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먹을지,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나로 인해 완벽해지는 몇박 몇일의 순간. 이 행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힘든 일정을 보내거나 심할 땐 안가느니만 못한 상황을 맞딱드릴때도 있다. 그러나 여행의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생각과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한번 버틸 힘을 만들어낸다.
이젠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예전보다는 울적한 기분을 덜 느낀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여행의 추억으로 버티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은 흘러 또 이 곳을 떠나는 날로 날 데려다 준다. 그래서 나는 알고 있다. 난 다시 떠날거라는 것을.
2. 신O석 님
리뷰가 예술! 리뷰를 남겨 주셨는데 '인터스텔라'를 인용해 '인터스테르담'으로 써주셨습니다. 아, 어찌나 큰 감동이었는지요. 특히 마지막 문장에서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 인터'스테르담' -
'부모가 되면 아이들의 눈을 통해 우리를 볼 수밖에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OST를 의뢰한 놀란 감독의 편지글입니다.
이에 작곡가는 최소한의 영화 줄거리 담은, 저 짧은 글을 가지고 하루 만에 OST를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제게 '스테르담' 작가님과의 짧은 만남은, 마치 '한 줄의 화두와 함께 하는 창작 의뢰' 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의뢰 ㅣ 왜 쓰려하는가.
만남의 시작은, 왜 글을 쓰려하는지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작가님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해 주시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함께한 분들도 각기 다른 동기와 목적, 상황을 가지고 있었지만 보다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더 나은 지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하려는 것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정리하여 전달하듯, '글을 쓰고자 함을 스스로에게 의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2. 화두 ㅣ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영화 개봉 후 놀란 감독은,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빠가 되어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고 하는데요.
'스테르담' 작가님 역시, 글을 써오시면서 담아내고자 했던 목적과 의미 대해 그 당시의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소회를 통하여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제일 놀랍고, 부러웠던 점은 그러한 글쓰기의 시간과 과정을 통해 작가님의 글만이 가진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 그리고 그 '세계관'은 처음부터 의도한 바가 아닌, 시간이 지나 수많은 글들 속에서 스스로도 모르게 읽히는 화두와 패턴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의 글들이 어떤 기획과 콘셉트로 출판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화두들의 패턴이 만드는 세계관'에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저도 그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뢰를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넣어보았네요.
3. 창작 ㅣ누구에게 전할 것인가.
한 줄의 OST 의뢰 글에서 보이듯, 가족애와 사랑의 감성을 - 그것을 바라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놀란 감독의 마음은 3시간에 이르는 작가님의 이야기 속에서도 똑같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 직장생활을 하는 여러 동료 후배들에게. 지금, 또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 그리고 아이들에게.'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작가님의 마음처럼.
이제 막 브런치 작가로서의 글쓰기를 시작해보려는 저에게 이미 영향을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일과, 고민과, 생각과, 화두를 통한 글쓰기를, 저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그게 어디에 있는 무엇일지는 인터스텔라의 마지막처럼 - 이제 다시 떠나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단단한 마음을 들게 해 준 소중한 시간, 만남 감사드립니다.
아, 놀란 감독 말을 많이 인용하였는데 마지막엔 제 생각을 조금 더해보려 하네요.
'작가가 되면 자신만의 눈을 통해 우리를 볼 수밖에 없다'
3. 권O일 님
'균형'이라는 제시어로 써주셨습니다. 생생한 글이 정말 역동적이면서도 잔잔하게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 균형을 맞추는 중입니다 -
(과정' 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
“여러분, 롤러코스터에는 안전바가 있습니다. 이게 확인되지 않으면 출발시키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여러분의 롤러코스터에는 안전바가 있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롤러코스터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유명 개그맨으로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정점을 찍은 뒤 어느 순간부터 줄곧 내리막을 탔던 개그맨 김국진씨가 한 강연 마무리에서 이야기 한 말이다.
우리는 늘 인생을 삶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곤 하지만 한 번의 실패에 슬퍼하고, 한 번의 성공에 취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인생을 이야기 하는 실수를 한다. 분명히 과정이라는 것을 앎에도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려운 고비를 만나서는 ‘넌 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니’ 하며 이 바닥의 끝을 찾았고, 마침내 그 끝을 만나선 불현듯 찾아오는 행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과대평가를 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한발자국 더 나아가 타인의 롤러코스터의 위치를 부러워하고 내 위치에 의기소침해지기까지 했다.
단지 저마다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모든 롤러코스터가 저마다의 코스를 갖고 있듯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길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금 삶을 알아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