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그릇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삶은 그릇과의 만남이다.
나의 그릇과 너의 그릇.
그 모양새가 다르고, 쓰임이 다른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용하지 못하면
그릇은 부딪친다.
너는 나를 담을 그릇이 못되고,
내가 너를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할 때
갈등은 생겨나며 소리는 요란하다.
내 그릇엔 좋은 것만 담고 싶지만,
세상이 나에게 주는 것들은 그렇지가 않고
예쁘고 필요한 그릇만 모으고 싶지만
남들이 나에게 대하는 짓들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 내 그릇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내 그릇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크기가 어느 만한 지.
내가 담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나의 그것은 어떠한 용도로 쓰이고 싶은지를.
다른 그릇의 크기나 모양만을 탓하기엔
내 그릇이 한없이 아깝다.
내 그릇이 아깝다고 푸념만 하기엔
나의 삶이 너무도 짧다.
그릇의 본질로 돌아가,
나는 내 그릇에 담아낼 것에 오롯이 집중하면 된다.
다른 그릇이 어떻게 쓰이고,
내 것보다 좋은 게 담길지 아닐지는 알바가 아니다.
내게 담길 무엇.
내가 담을 무엇.
담아내는 것을 다양하게,
나는 그저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릇이 되고 싶다.
남의 그릇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